미·일·대만 기업, 실적·주가 ‘고공행진’… 한국 기업만 ‘추락 중’

CEO스코어, 4개국 시총 10대 기업 실적·주가 비교 한국 기업 최근 4년새 시총 13%↓·영업이익 20%↓ “韓 증시 저평가… 비상계엄 사태는 핵폭탄급 악재”

2024-12-11     김정필 기자
한·미·일·대만 시가총액 상위 10곳의 최근 4년간 시가총액 및 영업이익 증감률.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4.12.11.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의 시가총액 상위 10곳의 영업이익과 주가를 비교한 결과 한국 기업들만 유일하게 4년 전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새 미·일·대만 기업의 시총이 53∼107% 급증할 때 한국은 13%가량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도 이들 3개국이 116∼123% 급증하는 사이에 한국만 유일하게 20% 감소했다. 최근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로 향후 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 등 4개국 시총 상위 10곳(금융사 제외)의 최근 4년간 시총과 실적(각국 통화 기준)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한국 기업 10곳의 시총은 총 735조 4202억원으로 2020년 말(842조 8808억원)에 비해 12.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 대만의 시총 상위 기업 10곳은 모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 기업은 9조 2749억 달러에서 19조 1891억 달러로 106.9% 급증했으며, 일본도 114조 6357억엔에서 175조 7745억엔으로 53.3% 증가했다. 

대만 역시 같은 기간 19조 5653억 대만달러에서 35조 7789억 대만달러로 82.9% 늘어났다. 특히 대만의 경우 원화 환산 시 2020년 말 10개사 시총 규모(약 756조 5917억원)가 한국보다 10.2% 작았으나, 지난달 말에는 1534조 5553억원으로 급증하며 한국의 2.1배 수준에 달했다.

한·미·일·대만 대표기업의 최근 4년간 시가총액 및 영업이익 증감률.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4.12.11.

영업이익(각 기업 최근 결산 기준 5개년 조사)도 한국 기업들만 뒷걸음질 쳤다.

한국 시총 10대 기업의 영업이익 총액은 2020년 44조 3132억원에서 올해 35조 3121억원으로 20.3% 감소했다.

반면 미국은 2238억 달러에서 4921억달러로 119.9% 급증했고, 일본도 5조 4889억엔에서 11조 8714억엔으로 116.3% 늘었다. 대만 역시 6517억 대만달러에서 1조 4523억 대만달러로 122.8% 급증해 한국 기업과 대비를 이뤘다.

국가별 시총 1위 기업만 놓고 봐도 결과는 비슷했다.

한국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2020년 483조 5524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이 지난달 말 323조 5622원으로 33.1% 줄었고, 영업이익도 27조 7685억원에서 6조 5670억원으로 76.4% 감소했다.

반면 미국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 2560억 달러에서 3조 5874억 달러로 59.0%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63억 달러에서 1232억 달러로 85.9% 급증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역시 시가총액이 25조 9637억엔에서 40조 3009억엔으로 55.2%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조 3992억엔에서 5조 3529억엔으로 123.1% 급증했다.

대만의 TSMC는 시가총액이 13조 7431억 대만달러에서 25조 8290억 대만달러로 87.9% 늘었고, 영업이익은 3727억 대만달러에서 9215억 대만달러로 147.2% 급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가운데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손피켓과 응원봉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08.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시총 상위 10개사 중 최근 4년 새 시총이 늘어난 곳은 5개사였다. SK하이닉스가 86조 2683억원에서 116조 4076억원으로 34.9% 늘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7.0%), 현대자동차(11.5%), 기아(46.1%), 고려아연(222.5%)도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33.1%)를 비롯해 셀트리온(-16.2%), 네이버(-31.9%), 포스코홀딩스(-1.6%), 현대모비스(-8.3%) 등은 시총이 줄었다.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한국 증시의 고질병으로 저평가 문제가 지적되지만 지금 한국 기업들은 그보다 더 심각한 저성장의 트랩에 걸려 있다”며 “최근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와 뒤이은 탄핵 정국은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기업들에 핵폭탄급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