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세상] 영화 ‘서울의 봄’이 현실로… 그물에 걸린 윤석열

2024-12-09     천지일보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며칠 전 한밤중 내려진 계엄령 선포는 ‘2024년 판 서울의 봄’이었다. 지난해 겨울 영화 ‘서울의 봄’을 영화관에서 관람했지만, 1년 만에 영화가 현실이 될지는 어떤 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2.12 사태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지난주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정국은 온통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즉시 탄핵보다는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조기 퇴임에 대해 적지 않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비상계엄 헛발질로 ‘윤석열 리스크’가 현실이 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재명 리스크’가 발등의 불로 다가온 현실 속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 에너지를 쏟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미 정부 예산안에서 4조 1000억원을 삭감한 ‘단독 감액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처리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에 올인하기 보다 내수를 회복시키고 글로벌 산업전쟁 속에서 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경제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을 선창했고, 이재명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다’라는 듯 의기양양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국민은 이 대표에 대해서 불편한 반응이 많다. 정치 뉴스 댓글들을 읽어보면 다양한 국민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번 계엄령 사태는 윤 대통령의 생애 최대 실수, 보수 정권 사상 최악의 오점이자 미스터리로 남겨졌다. 왜 그랬느냐는 질문은 시민들의 술자리에서도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더구나 인생 내내 법을 공부하고 법을 집행한 대통령이 비상계엄 후 본인에게 닥칠 위험성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예측하지 못하고 40여년 전에나 발생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중이다. 결국 학연·지연 관계에 크게 의존했던 대통령은 민주당에 엄청난 기회를 주며 자신이 설치한 그물에 걸려 버렸다. 

이번 사태는 정치 경험이 부족한 ‘초보’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혹은 야당이 단독으로 예결위에서 예산 감액안을 통과시킨 ‘입법 폭주’, 검사 탄핵 추진, 김건희 여사 특검 등에 분노한 대통령의 충동 조절 장애가 의심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계엄령 사태는 곧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 조국 대표에게도 기회를 줬으며, 지지했던 보수층도 힘을 잃어가며 국정 대혼란을 가져왔다. 

이 대표는 15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고 2개 혐의에 대해 1심 판결은 유죄와 무죄로 갈렸다. 하나라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대선에 나올 수 없다. 윤 대통령이 한 번 더 깊게 생각하고 비상계엄령 선포보다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작금의 어려운 국정 상황을 국민에게 호소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다. 결국 윤 대통령도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계엄 정국에 더해진 대선 전초전을 통해 경험 못한 분열이 시작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문화예술과 여행업계도 비상이다. 사태 후 콘서트나 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 K-팝, K-드라마에 푹 빠진 글로벌 팬들도 한국을 걱정하며 ‘퍼펙트 스톰’을 우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장 탄핵은 피했다. 하지만 일부 국민의 거센 분노는 잠재우기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