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에 흔들리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주민들 ‘불안초조’
재건축 특례법 논의 올스톱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 계류 이주계획·교통대책, 조율 중 국토부 “차질없이 진행할것”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 지역 주민들은 사업 속도가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토부가 추진 중이던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논의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면 중단됐다. 이 법안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고 조합 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 단계에서 통과가 보류된 상태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겹치며 논의 재개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졌다.
특례법 제정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의 의견 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법안을 따로 제정할지, 기존 재정비 관련 법안을 개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던 중 탄핵 정국이 시작되며 여야 간 대립이 심화했다. 여기에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내각의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가 나오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지난 4월 시행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2027년 첫 이주 및 철거, 2030년 첫 입주라는 일정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이러한 시간표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돼 기대감이 컸지만,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추진 동력이 약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정권이 교체될 경우 재건축 속도가 더 떨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이 평촌 신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재건축준비위원장들은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진 차관은 “행정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2025년 특별정비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고, 행정·금융 지원도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하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다만 국토부의 행정적 지원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일정 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달 중순 발표 예정이었던 이주계획과 광역교통대책도 발표 시점을 이달 말까지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역시 당초 계획과 달리 일정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촉진 특례법이 통과되면 사업시행인가 절차 등이 더 단축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할 근거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구역 지정이 이미 완료된 상태인 만큼 확정된 사항에 따라 필요한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탄핵 정국 속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논란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어, 국토부의 실질적인 대책과 주민 설득 노력이 사업의 향방을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