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 종교탄압이라니” 종교지도자들, 경기도 종교탄압 일제히 규탄
402개 단체·종교대표 758명 각계층 인사 997명 등 1735명 경기도청에 항의 성명 전달해 “대관 취소, 명백한 종교탄압 헌법 명시 종교 자유 존중해야” 공식 사과 및 책임자 징계 촉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정말 말이 되는 소립니까. 종교를 탄압하다니 세상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얼마나 억울한지 정말) 피 토할 일입니다!”
27일 오후 1시,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민원실 앞에 스님과 목사 등 종교 지도자들 20명이 모였다. 많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 매우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는 떨림이 없었다.
경기도청과 경기관광공사 앞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의 ‘종교 차별 편파 행정’에 대한 규탄 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전국 각지 종교 지도자들이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보이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항의서한엔 경기도청과 경기관광공사가 지난달 말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예정됐던 ‘종교지도자 포럼 및 수료식’의 대관을 당일 취소시킨 일에 대해 김 지사가 직접 사과하고, 책임자를 강도 높게 처벌하는 동시에 종교 차별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는 강력한 요구가 담겨 있다.
경기도청을 직접 방문한 이유에 대해 종교 지도자들은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번 사태를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국내에서 만연한 종교 차별이 뿌리 뽑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소속 단체나 개인의 이름으로 함께 동참한 데 대해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도청이나 관광공사의 경각심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래서 종교 지도자들이 직접 입장을 밝히게 된 것 같다. 종교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이번 사건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엔 종교 지도자 20명만 모였지만 공동 항의 성명문에는 1735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외 402개 종교단체, 종교 대표 758명, 각계 인사 977명 등이 뜻을 함께 했다.
◆ “기득권 단체 압력으로 신천지 대관 취소”
종교 지도자들은 경기도청과 경기관광공사의 신천지예수교회 대관 취소 사건을 “변명할 여지가 없는 편파적이고 독단적인 종교 탄압 행정”이라고 규정하면서 “대체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와 정부 기관이 이런 행각을 벌일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이들은 공동 항의성명문을 통해 “평화누리에서 예정된 ‘자유, 평화, 그리고 통일 염원을 위한 종교 지도자 포럼 및 수료식’은 78개국에서 3만명이 대한민국에 모여 평화를 도모하고 종교의 자유를 기념하는 세계적이고 국제적 행사였다”며 “하루 전에도 대관 취소 계획이 없다던 행사를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기득권을 가진 기독교 단체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다른 행사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진행된 바,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의 갑작스런 대관 취소는 공권력을 통한 종교 탄압이라는 사실이 명백하다”며 “편파적이고 독단적인 종교 탄압 행정으로 인해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행정을 자행한 경기도와 관광공사는 책임을 갖고 공식 사과에 나서야 한다”며 “관련 담당자에게 합당한 징계를 내려, 법치와 원칙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으로서의 위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향해서는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행사에 참석하려던 78개국 3만여명의 종교지도자 및 각계 각층의 인사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기득권을 가진 특정 집단의 압력에 좌우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대관 절차와 사전 협의 체계를 강화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대한민국이 헌법에 명시한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고 원리 원칙에 따라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대우하기를 요청한다”며 경기도청과 경기관광공사의 신속한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종교 지도자 대표로 성명을 낭독한 대한불교화엄종 용현스님(69)은 경기도청 관광산업과장에게 직접 1735명의 ‘항의성명’이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스님이 봉투를 전달할 때 참석자들 사이에선 “지켜보겠다”는 단호한 외침이 곳곳에서 들리기도 했다. 서한을 전달하기 전엔 다함께 “편파적인 종교탄압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번 공동성명 전달을 위해 전남 담양에서 왔다는 용현스님은 “신천지(예수교회)는 봉사도 열심히 하고 신앙도 열심인데, 같은 소속이 아니고 거슬린다는 이유로 기성교회로부터 어떻게 보면 순교자처럼 탄압받는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종교는 취향의 문제고 자기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떠나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 이 와중에 행정수장이 저지른 만행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성명 전달에 함께한 금백스님은 “신천지에서 주관하는 행사라서 취소됐다면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신천지에서 주관하는 행사이긴 했으나 단순히 신천지만의 행사는 아니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불교계를 비롯해 국내외 종교 인사들이 참여하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종교인들을 초대해서 한 행사인데 이건 대한민국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항의를 한다 하길래 대관 취소 배경을 확실히 듣고 싶어서 왔다”고 말헀다.
이어 스님은 “경제적 손실에 대해선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청과 경기관광공사는 대관이 취소된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