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 심해지는 건설업계… 연말 줄도산 위기감 커져
미분양·PF경색에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 고사 위기 올해 부도 건설업체 26곳… 2019년 이후 최다 수준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대출이 막히면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 한 시행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 상황과 관련해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연말에 건설 사업 자금 조달 방식인 PF의 만기가 도래하지만, 연장이 되지 않아 자금 조달 압박이 심각하다”며 “대출길이 사실상 모두 막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 확보한 토지가 공매로 넘어가고 회사가 부도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말을 앞두고 자금시장 경색이 계속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PF 대출시장까지 얼어붙어 사실상 대출이 막힌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줄도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유동성이 부족한 지방의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에는 부산의 시공능력평가 7위 기업인 신태양건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금융결제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신태양건설은 당좌거래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부도 전날 법원에 회생 신청을 진행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건설업체 총 26곳이 부도처리됐고, 이는 지난 2019년(49곳)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월(24곳) 대비 2곳이 늘어났으며 아직 11·12월이 집계되지 않아 부도 업체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부도는 2021년 12곳, 2022년 14곳, 지난해 21곳 등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업계의 자금 사정은 악화일로다. 국내 10대 건설사가 공사를 하고도 받지 못한 대금이 17조원을 넘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9개사의 미수금 총액은 약 17조 637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034억원(4.2%) 증가했다.
건설업계의 체감 경기 전망도 어둡다. 10월 건설업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1로 전년 동월 대비 16p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9년 이후 10월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BSI는 지수가 100보다 적으면 경기가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지방 건설업계의 유동성 부족이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수도권 분양시장은 일부 회복됐지만,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쌓여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라며 “유동성이 부족한 지방 중소건설사의 자금 경색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시장에 흡수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역 경제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공공공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