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일 넘는 전쟁 속 ‘성경’서 희망 찾는 우크라이나인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성경은 저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이 땅에 저희를 있게 하신 이유를 생각하게 합니다. 성경은 저희에게 희망을 줍니다. 눈물과 고통, 죽음이 없는 때가 올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희망을 품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남편과 떨어져 아이들과 함께 폴란드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난민 야나 씨가 성서공회를 통해 전한 말이다.
야나 씨처럼 전쟁과 난민 생활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성경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삶의 등불이 되고 있다.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1000일이 지난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폴란드, 루마니아, 몰도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인근 국가로 피난한 난민들 사이에서 ‘성경’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성서공회 지부에는 우크라이나어 성경 지원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성경을 찾는 이유는 전쟁과 난민 생활 속 극심한 고통에서 위로와 희망과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서다.
전쟁은 단순히 물리적 피해를 넘어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이러한 불안정한 삶 속에서 고통받는 난민들이 성경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성경의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내 교회에서도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성경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한성서공회는 한국교회 후원을 받아 지난 8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어 성경 5280부와 우크라이나어와 헝가리어 대조 신약 성경 1500부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성경은 우크라이나와 헝가리에 있는 피란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헝가리에는 우크라이나 난민 약 6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한국교회가 우크라이나성서공회의 요청에 따라 보낸 현지어 성경은 총 41만 6380부다.
아나톨리 레이키네츠 우크라이나성서공회 부총무는 “아이들은 학교보다 방공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사람들은 매일 죽어가고 있다”며 “전쟁 중에도 성경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을 요청하는 군인에게 성경을 전해주자 그 군인은 성경에 입을 맞추며 감사를 표했다”며 “성경은 전쟁 속에서 희망과 위로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경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연구로도 확인된다. 미국성서공회가 발표한 2024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성경을 주기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수치가 낮고, 정신 건강이 양호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라이프웨이 설문에 따르면 일주일에 성경을 4번 이상 읽는 사람들은 우울증, 불안, 분노가 크게 줄어들고 삶의 만족도와 신앙적 성장이 크게 향상됐으며 믿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거나 말씀 공부를 할 경우, 그 효과는 최대 230%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경의 역사적 신뢰성과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역사적 성경 협회’ 댄 부타푸코 회장은 “성경은 현존하는 하나의 가장 중요한 책”이라며 “열린 정신과 마음으로 읽으며 하나님과 삶, 인류의 본질에 대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