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천억 피해 입었는데 피싱 문자에 2차 피해 우려… 워너비그룹, 개인정보침해로 피신고
워너비 새 사업체 회원가입에 주민번호 전체 수집 계좌번호·연락처 등 개인정보 유출로 피싱에 악용돼 경찰 수사 지연됨에 따라 2차 피해 커질 우려 제기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피해액 수천억대 폰지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 중인 워너비그룹의 투자자들 개인정보가 피싱 범죄 조직에 노출돼 심각한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워너비그룹 상대로 개인정보침해에 해당된다며 신고에 나섰다.
9일 사기척결을 추구하는 네이버 카페 백두산에 ‘주민번호와 개인정보 불법수집 중’이라는 주제로 올라온 글에 따르면 글 게시자인 아이디 골프도사는 지난달 31일 워너비그룹을 상대로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 신고센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골프도사는 “워너비그룹 회원의 개인정보는 이미 ‘어리숙한 폰지 다단계 투자자 DB’로 피싱범죄 조직에 널리 유통 중”이라며 “하루 평균 3~4곳, 많을 때는 10건 이상의 피싱문자가 구체적으로 이름까지 넣어서 매일 전송되고 있다”고 밝혔다.
게시된 이미지에는 워너비그룹 피해자들이 일반 번호로 받은 링크가 포함된 스팸 문자가 담겼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령층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피싱 수법에 익숙지 않아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피싱 문자는 ‘지인이 보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 정밀한 피싱 문자’라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사기를 인지하지 못한 채 무방비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스팸이나 피싱 문자로 신고해도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대포폰 번호를 이용한 수법으로 번호를 수시로 바꾸며 피싱 문자를 발송하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다.
워너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영업 정지’ 처분 이후 세종시 소재 전영철 회장이 주도하고 시무하는 S교회 부속 시설을 통해 주식회사 ‘지오미’라는 이름으로 신규 다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골프도사는 “지오미 홈페이지의 회원가입 메뉴를 보면 이들 범죄집단이 개인정보를 얼마나 허술하게 수집하고 관리하는지 알 수 있다”며 “이러니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돼 2차 피싱 사기에 악용되는 것”이라며 허술한 보안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하면서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계좌번호까지 수집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들은 피싱 범죄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너비그룹이 새로운 업체로 갈아타면서 또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는 가운데 수사가 지연되면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골프도사는 “수사가 늦어지니 이러한 2차 피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해액이 3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워너비그룹은 2022년부터 블록체인, 온천, 줄기세포, 코인, 분뇨 자원화 등의 사업을 한다며 ‘원금 보장’과 매월 회사 전체 수익의 일부를 고배당으로 평생 연금처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경보 소식이 알려지고 신규 가입자가 줄면서 출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운영되지 않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방식이었다. 지난 6월에는 공정위로부터 영업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