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여군 사기 떨어뜨리는 ‘성폭력’ 근절 시급하다
최근 여군 성폭력 범죄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35건이었던 성폭력 신고가 2023년 867건으로 3년 만에 약 6배 증가했다. 특히 성희롱을 제외한 강간·강제추행 등의 성폭력 신고는 2020년 77건에서 2022년 263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9월까지 무려 60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민간과 달리 폐쇄적이라는 군 특성상 이는 군 내부에서 성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군에 대한 성폭력 문제는 묵과해서는 안 된다.
여군 성폭력 범죄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군 조직의 성차별적 구조와 권력 관계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적된다. 여군은 조직 내에서 소수이며 대체로 하위 계급에 속해 있어 성차별적 대우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군대는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상급자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는 특성도 있다. 특히 상급자가 인사권을 통해 부하 여군의 승진과 보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급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신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 군 내 문화적 문제도 여군에 대한 성폭력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군대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조직으로 여성 군인을 ‘군인’이 아닌 ‘여성’으로 바라보는 성차별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여군 성폭력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군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부의 구조적 개혁과 함께 체계적인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 먼저 군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실형이 아닌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 등 미온적인 처벌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되려 성폭력 문제 해결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아울러 성폭력 예방 교육과 의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 군인들이 성폭력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목격자로서 개입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피해자 고립을 막고 조직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군의 인사제도 개선도 필요하며 성폭력 사건에 대한 민간조사기구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 군인권보호관 제도 강화 등 공정한 사건 처리를 위한 법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여군 성폭력 문제는 단순한 범죄 사건을 넘어 군 조직의 구조적·문화적 문제와 직결돼 있다. 갈수록 병역자원이 부족해는 상황에서 여군의 중요도도 높아진다. 성폭력 범죄를 막고 여군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부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