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와르 사망에도 가자 휴전 ‘암울’… 하마스 강경 입장

2024-10-19     이솜 기자
예멘 군인들이 18일(현지시간) 예멘 사나에서 열린 반 이스라엘 집회에 참석해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가 나온 광고판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18일(현지시간) 그들의 정치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살해됐다고 확인했다. 또 1년 전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들을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철수가 있을 때까지 석방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들이 석방될 때까지 자국 군대가 계속 싸울 것이며 하마스의 재무장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에 남겠다”는 성명에 반발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세계 지도자들이 신와르의 죽음이 교착 상태에 빠진 휴전 협상을 풀기 위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양측의 상반된 입장은 전쟁 종식뿐만 아니라 휴전 협상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 동맹인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교착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날 더 많은 유도 미사일을 이스라엘로 보내고 드론을 폭발시켜 새로운 전투 단계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오랜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달 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으며, 이스라엘은 이달 초 레바논에 지상군을 파견했다.

칼릴 알하야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신와르에 대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점령군과 맞서 싸우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신와르는 후퇴하지 않고 무기를 휘두르며 최전선에서 점령군과 교전하고 맞선 영웅”이라고 칭하며 극찬했다.

신와르는 작년에 이스라엘을 공격의 설계자로, 당시 하마스는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납치했다. 지역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격으로 4만 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 역시 신와르를 두고 순교자라고 칭송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SNS 엑스(X, 옛 트위터)에 “순교자는 영원히 살며, 팔레스타인을 점령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대의는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정치적으로 파괴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신와르 사살은 군사적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7일 밤 신와르 제거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레바논에서 전투 중단을 협상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지도자들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가자지구에서는 (휴전 협상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레바논 키암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해 연기가 발생했다. (출처: 뉴시스)

이스라엘에서는 가자지구에 여전히 붙잡혀 있는 인질의 가족들이 신와르 제거가 완료됐으니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가자지구에는 인질 약 100명이 남아있으며 이스라엘은 그 중 최소 30명이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계 미국인 인질 오메르 뉴트라의 아버지 로넨 뉴트라는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인질 석방을 제외하고는 가자지구와의 전쟁에서 설정한 목표가 모두 달성되는 변곡점에 서 있다”며 “협상의 주요 장애물로 여겨졌던 신와르는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는 이날 이른 성명을 발표해 이스라엘을 상대로 새로운 유형의 정밀 유도 미사일과 폭발성 드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공격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헤즈볼라의 미사일과 드론은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 시스템을 피하고 내륙 깊숙한 군사 훈련 캠프의 식당을 타격해 군인 4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당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서 전투 중인 군대를 지원하기 위해 북부에 예비 여단을 추가로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6명이 사망해 지난 1년간 사망자 수가 2418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