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본격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 집값 잡는 묘안될까
9월부터 수도권 주담대에 적용 DSR에 1.2%p 가산 금리 반영 대출규모 ‘눈에 띄게’ 줄었지만 신용대출 폭증 등 부작용 생겨 아파트 가격 상승폭 둔화 효과 선호 단지 상승거래 지속 포착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대출자의 연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을 뜻한다. 즉 대출자가 매년 상환해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은행권은 DSR이 40%, 비은행권은 50%로 규제돼 있으며, 이는 대출자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
DSR 계산 시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추가 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즉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더 높은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 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이는 금리 변동성에 따른 상환 부담을 미리 고려해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스트레스 DSR은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지난해 2월에 1단계(0.35%p), 올해 9월부터 2단계(0.75%p), 2025년에는 3단계(1.5%p)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수도권 지역에 대해서는 더 높은 금리(1.2%p)가 적용된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금융당국이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하면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가산 금리를 1.2%로 상향 적용했고, 이에 따라 수도권 주택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대출 규모가 둔화되고 있다.
다만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용대출 증가로 인해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한도 축소 및 2금융권 대출 확산 방지를 위한 추가 규제를 검토 중이다.
◆수도권 주담대에 가산 금리 1.2p 적용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스트레스 금리(가산 금리)를 기존 0.75%p에서 1.2%p로 높였다. 수도권 집값 상승 등 가계부채 규모가 커지자 ‘핀셋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했다. DSR이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현재 은행 대출은 40%, 비은행 대출은 50%로 각각 규제 중이다. 일례로 연봉 5천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주담대 3억 5천만원 빌린 경우 연원리금 상환액은 2128만원(30년, 4.5%, 원리금균등 기준)이고, DSR은 약 42.56%가 된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기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DSR 산정 시 이자율이 높아짐에 따라 대출 가능한 액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봉 5천만원 차주가 30년 만기 변동금리 대출을 이자 4.5%로 받을 경우 스트레스 DSR 도입 전 대출한도는 3억 29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할 경우 수도권 주담대 대출한도는 2억 8700만원으로 규제 전보다 4200만원(13%)가량 줄어든다. 비수도권의 경우엔 3억 2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한도가 2700만원(8%) 축소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2월 0.35%p(1단계)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여했고 이달부터는 0.75%p(2단계), 내년부터는 1.5%p(3단계)의 금리를 추가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치솟는 아파트값과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해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지역)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스트레스 금리를 1.2%p로 상향해 적용한다.
당국이 수도권 주담대 잡기에 나선 건 올해 2분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76% 뛰면서 5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신고 건수도 48개월 만에 8천건을 넘어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가계대출 잔액도 부풀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 이 중 주택담보대출(잔액 1092조 7천억원)이 전분기보다 16조원 늘었다.
◆주담대, 하루 3천억→1천억원 꺾여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자 대출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시행 첫 주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급 증가 폭을 보였던 7~8월보다 다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725조 3642억원)보다 1조 2792억원 늘어난 726조 6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급 증가 폭을 기록했던 지난 7월(7조 1660억원), 8월(9조 6259억원)보다 다소 둔화한 양상이다.
주담대의 경우 지난 5일 기준 569조 5450억원으로 지난달 말(568조 6616억원)보다 8834억원 늘었다. 5일간 일 평균 약 1700억원으로, 지난달(일 평균 3천억원)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특히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된 지난 2일부터 5일 기준으로는 4456억원 늘어났다. 하루 평균 1천억원대 늘어나는 데 그친 셈이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규제 강화 전 대출수요가 몰려만 주담대 규모가 2조 9048억원 늘었다. DSR 2단계 시행 직전 ‘막차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2주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에도 이달 중순까지는 주담대 잔액은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아파트값 상승폭 둔화… 실수요 위축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상승 폭이 일부 둔화하는 수준에 그쳐 추후 분위기를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폭은 줄었지만 상승세는 24주째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주보다 0.21% 올랐다. 올해 3월 넷째 주(0.01%) 상승 전환 이후 24주 연속 오름세로,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오름폭은 전주(0.26%)보다 축소됐다.
아파트값 상승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수) 등 핵심지들이 주도했다. 행정구별 상승률을 보면 성동구 0.43%, 서초구 0.41%, 광진구 0.32%, 송파구 0.31%, 강남구 0.30%, 마포구 0.30%, 용산구 0.26% 등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압박해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핵심지 서울 주요 입지 아파트들은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셈이다. 은행들도 고강도 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핵심지 아파트값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상승 폭은 둔화되고 있다. 한 때 0.30%p 이상(7월 22일 0.30%, 8월 12일 0.32%)의 상승률을 보이던 지수는 지난달 19일부터 0.30%p 이하로 떨어져 3주 연속 둔화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와 시중은행들의 대출 조이기가 실거주를 중심으로 주택 매입 수요를 다소 억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선호 지역·단지에 대한 국지적 상승 거래는 지속적으로 포착된다”면서도 “대출 여건 관망, 단기 급등 단지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상대적인 매물 소진 속도가 느려지면서 상승폭은 전주 대비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 및 추후 추가적 조치를 시사해 추격매수 심리가 일부 진정됐다”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주요 입지 아파트값이 규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주택 매수 수요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폭증 반작용… 대출 제한 검토 중
한편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은행권 대출 규제 등으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들자 신용대출이 부푸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대출 수요가 2금융권이나 정책 대출로 확산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주담대는 9월 들어 5일새 8835억원가량 늘었고, 신용대출은 4759억원가량 증가했다. 특히 신용대출은 5일 만에 올해 들어 월별 증가액이 가장 컸던 8월(7759억원) 증가 폭의 절반을 넘어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숫자 추이를 살펴보면서 필요시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추가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연 소득 내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대출 증가세가 옮겨붙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앞서 3대 생명보험사의 주담대는 8월 한 달 새 3832억원 늘어났으며, 한화생명의 주담대는 9월 들어 나흘 만에 물량이 조기 소진된 상황이다.
아울러 이번 주부터 저축은행 신용대출과 카드사의 카드론 등 현황을 일일 점검하기로 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7월 말 카드론 잔액은 41조 226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도 이달로 예정됐던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부부 합산 1억3천만 원→2억원)를 연말로 연기했다. 정책성 대출이 대출수요를 키우고, 더 나아가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진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