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혈찬양 기적 일어난다” 휴스템 신탁 재산 돌려준다는 변호사 도마 올라

1조원대 폰지사기 휴스템 사건 맡다가 해임된 변호사 800억 신탁받았지만 반환 불가… 피해자들, 그래도 추종 이상은 휴스템 회장과 이 변호사 신탁건·명예훼손 소송전 보혈집회 통해 신앙심·결속력 다져 새 다단계 목적 의혹

2024-09-11     홍보영 기자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시더스를 위한 애국 보혈 찬양 집회’ ⓒ천지일보 2024.09.11.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1조원대 폰지사기(불법다단계·유사수신) 혐의를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의 일부 재산을 위탁받았다며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변호사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이상은 휴스템코리아 회장은 지난 1월 선임했다가 1개월 만에 해임한 이모 변호사를 대상으로 문서를 위조하고 그룹의 재산 일체를 위임받아 신탁 명목으로 취득하려했다는 이유로 고소·고발하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을 줄 알고 이 변호사가 인도하는 보혈집회에 참석하고 있지만, 전문가는 구속 중에 위탁받은 재산은 범죄수익금이라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더스 신탁에서 오라클 신탁으로 새로운 대표와 함께 법인을 새롭게 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보혈집회를 통해 신앙심을 앞세우고 결속력을 다져 새로운 다단계를 하는 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변호사님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선지자이십니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시더스를 위한 애국 보혈 찬양 집회’ 현장. 3시간 넘게 진행된 집회를 마친 후 70대로 보이는 한 참가자는 이 변호사를 통해 시더스(휴스템코리아)가 다시 살아날 것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불법 다단계 회사) 사건들은 많이 발생했지만, 이렇게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시더스’라는 이름 자체가 ‘백향목(영생의 나무라 주장함)’을 의미하며, 이 회장이 처음에는 잘했으나 악한 세력에 휘말려 잘못됐고, 이 변호사가 보혈 찬양 집회와 법률적인 도움으로 회복을 이루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 변호사와 건장한 체격의 남성 두 명은 집회에서 찬양과 기도를 집도했다. 찬양 자막이 나오는 큰 스크린 두 개를 앞에 두고 100명 이상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이 변호사는 교계 동향과 성경 역사, 사회 문제 등을 설교하며 찬양을 인도했다. 참석자들은 두 손을 들고 통성으로 기도하며 “주여” “아멘”이라고 화답했다. 집회를 돕던 두 남성의 입에서는 찬양과 함께 “어비비비비”와 같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방언이 터져 나왔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시더스를 위한 애국 보혈 찬양 집회’ 에서 휴스템코리아 피해자들이 두 손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9.11.

◆“집회 참석은 성령이 인도한 것”

이 변호사는 이날 집회에 오게 된 것이 “성령의 인도하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오늘 성령에 인도하심을 따라 구름기둥과 불기둥처럼 동아 면세점에서 교보빌딩까지 인도해 주셨다”며 “여러분의 찬양을 통해 영적으로 청소가 이뤄지고 있으며, 반드시 승부 시점에 무언가 기적이 일어나야 하는 그런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상은 회장 사건은 국가적 재앙이다. 하나님께서 더 큰 축복을 주시기 위해 여러분을 이 자리에 오도록 하셨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내용도 언급됐다. 이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 가운데 있다”며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보혈을 바르고 뿌리노니 그 안에 있는 거짓 영은 물러가라”며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하나님의 보혈을 바르고 뿌린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지혜를 허락해 주시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후속 사업인 G1 Actc29 쇼핑몰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이상은이 다단계를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우리를 다단계 사기꾼이라고 했다”며 “여러분은 다단계 안하고 피해자일 뿐이다. 그런데 G1은 2차 다단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ctc29)쇼핑몰은 쟁점이 아니다. 쇼핑몰로 돈 벌어서 여러분에게 뭘 주겠다는 거냐. 돈을 추심해서 찾는 수밖에 없다”며 “이상은 회장에게 제가 받은 건 800억 정도 된다. 부동산 그거 가지고는 환가도 잘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재산이 경매 들어간 것도 있고 여러 가지 것들이 있는데 그것을 찾는 것이 쟁점”이라며 “그것을 찾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고 했다.

한 참가자는 이 변호사로 인해 휴스템코리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70대 한 여성은 “그분은 단순한 변호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지자다. 하나님이 그를 통해 시더스를 재건하고 계신다”며 “변호사가 돈이 없어서 이 고생을 하겠냐. 하나님이 그 일을 하도록 이끌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던 사람이 벌떡 일어났고, (새 법인의) 대표가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집회에 나오고 나서 완치됐다”며 여러 사람이 병을 고쳤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돈을 찾는 것과 보혈 찬양 집회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돈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하나님께서 우리 삶을 채워주신다”면서 “믿지 않던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 믿음을 얻게 된다. 이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피해 복구에 대해서는 “이미 6천억원이 신탁돼 있고, 법인이 바뀌면서 수익자 지정이 되면 피해액이 다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탁재산 유용 안 돼”

전문가는 신탁된 재산은 범죄수익이며, 휴스템코리아 사건을 맡은 변호사도 이를 모를 리 없고, 해당 재산을 유용할 수 없다고 봤다.

회생법원 전 부장판사였던 로집사 이정엽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탁이란 소유권을 넘기는 것인데, 보통 자기 명의로 된 자산을 타인에게 주는 것은 괜찮지만 시더스의 경우 피해자들이 낸 선수금으로 범죄 피해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거를 몰래 숨길려고 매각을 하거나 이러면 다 안 되는 것”이라며 “당연히 증여도 안 되고 구속된 상태에서 신탁을 해주는 것 자체가 인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금융피해자연대 고문 이민석 변호사는 이 변호사에 대해 “신탁받은 재산은 사기 자금으로 만들어진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모를 수 없다”며 “한때는 사기꾼을 변호하던 자가 이제 피해자 편에 서 있는 것이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범죄수익인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는 물론 신탁받은 재산도 몰수한 후 법원의 결정을 거쳐 8만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변호사는 살인범이라도 의뢰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의뢰인의 비밀을 지키고 의뢰인에게 불리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변호사법도 위반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 사무실 측은 “신탁 재산을 임의로 처리할 수 없다”고 동의하면서도, 돌려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선 “지금 당장 안 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보전처분이 풀리고 회원들의 총회 결과에 따라 (피해복구가) 진행될 거라 사료된다”고 답했다. 즉 신탁받은 재산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