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진으로 보는 역사] 관동대지진 대학살 101주기, 사진으로 드러나는 日의 ‘제노사이드’ 만행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일본의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사건이 올해로 101주기를 맞았다. 관동대지진 대학살 사건은 다음과 같다. 1923년 9월 1일 일본 수도 도쿄를 포함한 관동지역은 규모 7.9의 대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무너지고 화재가 발생하는 등 대부분 폐허가 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 당시 이 지진은 일본의 경제가 좋지 않은 공황상태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민심의 추락은 상당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곧바로 계엄사령부를 설치하고 지진으로 인한 경제파탄으로 울분이 터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희생양을 조선인으로 돌렸다.
일본 계엄사령부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방화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계엄사령부는 언론에 거짓으로 흘려 일본 민심을 자극하게 했고, 무전과 전단, 포스터 등을 이용해 유언비어를 유포시킴으로써 관동지역 일대에 조선인들이 숨을 곳이 없도록 했다. 심지어 형무소에 수감 중인 죄수들까지도 다 내보내 자경단을 구성하도록 해 대학살을 자행하게끔 부추겼다. 마구잡이 조선인 사냥에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일부 죽기도 했으나 우리 선조들의 피해는 엄청났다. 이들에 의해 학살된 조선인은 독립신문에서는 6천여명으로 발표됐으나 독일 문헌에서는 2만 3000명 이상으로 기록됐다. 곧 일본의 자작극으로 인해 우리 선조들이 무참히 학살된 사건이다.
당시 일부 의식 있는 일본 언론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잘못된 유언비어에 의해 많은 조선인이 무고하게 학살됐다고 기사와 사설 등으로 내보냈다. 이에 일본 교과서에도 명백히 일본인이 조선인을 학살했다는 내용을 기술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일본은 학살이라는 표현을 ‘살해’라고 수정한 데 이어 ‘희생’이라고 변경하더니 급기야 2013년 초에는 아베 신조 정권 주도로 교과서에서 그 내용을 삭제하는 등 일본은 자신의 선조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미화 혹은 왜곡시켜 왔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껏 교과서에 난징대학살은 언급하면서도 관동대지진은 거의 언급을 안하고 있어 문제다.
유엔 국제법에서는 중국의 난징대학살과 나치에 의한 유태인 학살을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학살) 범죄로 적용했다. 관동대지진 학살 또한 제노사이드로 인정돼야 할 중대한 사건이 분명함에도 아직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없다.
지난 2014년 19대 국회 여야 의원 103명이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위원회’를 설치하는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100주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부 차원의 규명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故정성길 기록사진연구가는 그간 관동대지진 사건과 관련한 수백 장의 사진을 모았는데 몇 년 전까지도 이 사진을 계속 추가로 사들이고 모으는 등 이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정 연구가는 지난 2019년 수년간의 작업을 통해 500여장의 사진을 책으로 묶은 ‘사진으로 본 관동대지진의 실체’를 발간하기도 했다. 정 연구가는 40여년간 전 세계를 돌며 자신의 사재를 다 털어 근현대사 기록사진만 7만점을 모았다.
사진을 보면 충격 그 자체다. 하의가 벗겨져 있는 여성 시신을 막대기로 찔러보고 있는 고등형사 사진이 있는가 하면, 시신에 소변을 보고 있는 모습 등 일제의 만행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일본의 주장처럼 만약 지진으로 희생된 시신이라 한다면 이 같은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다. 여성 시신들이 대부분 옷을 벗고 있는데 지진 발생 중에 옷을 벗는다는 것 또한 상식에도 맞지 않다. 일본 자경단이 옷을 벗기고 죽였기 때문이란 것이 더 설득력을 얻으며, 그 증거에 대한 사진은 이미 본지가 수차례 공개한 바 있다.
정 연구가는 관동대지진 학살사건 만큼은 억울하게 비참한 죽임을 당한 선조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후손으로서 숙명으로 여기고 사진자료를 통해 규명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 사건 101주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향년 83세로 눈을 감았다.
그는 생전에 “일본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수도 없이 얘기하고 있으나, 사실상 그 2배 버금가는 관동대지진 대학살 사건은 점점 잊고만 있다. 확실한 사진 입증자료가 있음에도 왜 정부가 나서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나라를 빼앗기고 힘이 없어 타국에서 무고하게 희생됐는데, 이제는 우리가 진실을 알리고 바른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게 후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며 “벌써 100주기가 지났다. 1세기가 지나가고 있음에도 우리가 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면 후손으로서 과연 자격이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