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2의 머지·티메프 사태’ 막을 수 있나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가까이 지난 가운데 판매자·소비자 할 것 없이 대규모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 사태는 결국 티몬·위메프에 신뢰를 잃어버린 판매자(셀러)와 소비자들의 이탈 등 악순환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달 초 위메프를 시작으로 떠오른 정산금 지연 논란은 티몬뿐 아니라 큐텐의 다른 계열사로까지 이어지면서 현재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한 피해 금액만 해도 지난 11일 기준 약 148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미정산 금액 규모는 실시간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했다가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미정산 금액이 11억 5000만원으로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 “도산할 것인지 빚쟁이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입장” “하루하루 물건을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판매하다가 이번 사태로 순식간에 빚쟁이가 됐다”며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피해 금액조차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TF 단장인 천준호 의원은 “최소 1조원인 피해 규모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2700억원 정도만 얘기하고 있다”며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강하지 않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모회사 큐텐과 금융당국 등 모두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큐텐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을 위해 부족한 재정 상태에서 티몬·위메프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이후 큐텐이 티몬·위메프의 재무를 총괄·관리했을 뿐 아니라 무리한 판촉 마케팅 요구, 입금된 판매대금을 통한 돌려막기 등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큐텐의 부실 경영이 이번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판매 대금을 사용한다는 점, 정산 주기를 늘린다는 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쿠폰을 발행한다는 점 등 이러한 모든 행보의 목표가 나스닥 상장이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티메프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에서 사임하기도 했다. 이후 큐익스프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큐텐 그룹 관계사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직접적 관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온 큐익스프레스에 이번 사태의 불똥이 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구 대표는 그룹 계열사 대표까지도 나와 피해 소비자를 응대하고 있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종적을 감추다가 22일 만에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며 ‘사제를 털어서라도 변제하겠다’는 뜻을 직접 밝혔으나 바로 직후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줄곧 보여왔다.
큐텐뿐 아니라 정부도 이번 사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2021년 수천억원대 피해를 일으켰던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이 대두됐던 만큼 해당 사태와 유사한, 어쩌면 더 큰 피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이번 사건에서도 같은 부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소비자 피해구제뿐 아니라 피해 방지를 위한 기업을 감시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나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에도 당국은 이커머스를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해왔다. 꼭 사태가 터지고 피해가 발생해야만 문제를 점검하고 법률을 제정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가 언제 종지부를 찍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