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 북미 현장 점검… “도전·도약의 빅스텝 만들자”
AI·가전·배터리 사업 점검 짐 켈러 CEO 등과 AI 논의 테네시서 통상정책 대응도 “성공의 키는 고객가치 차별화”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북미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미래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ABC) 분야의 준비 현황을 살폈다. 특히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는 등 AI 생태계 전반을 살피기도 했다.
23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 소재 주요 계열사의 북미 현지 사업 전략과 미래 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테네시주는 8개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다. 또 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생산 거점으로 점찍은 곳으로 배터리와 양극재 등의 사업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강점에 따라 LG는 테네시를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LG전자가 생활 가전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3월부터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제2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LG화학은 이 지역에 미국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지을 계획이며, 2026년부터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의 양극재를 본격 양산에 나선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을 찾은 구 회장은 H&A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 북미지역대표 정규황 부사장 등과 함께 전자 북미 사업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미국 시장의 고객·경쟁·유통 변화·통상 정책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 등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로봇 자동화·무인 물류 등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세탁기·건조기 생산 라인도 살펴봤다. 이곳에서는 부품부터 세탁기·건조기·워시타워 등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해 ‘완결형 통합생산체계’를 갖췄다는 것이 LG그룹 측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북미 가전업계에서 유일하게 세계경제포럼(WEF) 등대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제2공장을 찾아 북미 전기차 시장 전망과 주요 고객사 동향에 관한 설명을 듣고, 배터리·양극재 등 전장 부품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 계획과 투자 전략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시장·고객 트렌드, 경쟁 구도, 통상 정책·물류 등 사업 환경의 변동성은 모두가 동일하게 마주한 상황”이라며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 차별적 고객가치 제공을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공급망 구축, 공정 혁신, 현지화 역량 등 근본 경쟁력을 강화해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격전지이자 스타트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는 미래 사업 분야를 살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역할을 맡고 있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 주요 계열사 7곳이 출자해 조성한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구 회장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김동수 대표이사(부사장)를 비롯한 경영진과 만나 투자·사업 개발 현황을 보고받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 차원의 스타트업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구 회장은 이곳에서 인월드AI(AI기반 가상환경 내 캐릭터 제작 솔루션·플랫폼 업체), 에코 헬스(자체 AI 기반 심부전 등 심장·폐질환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디지털 청진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사우스 8 테크놀로지스(극저온에서 작동 가능한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용 액화가스 전해질 개발 업체) 등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AI, 바이오, 클린테크를 비롯해 기존 LG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제품과 기술 등을 자세히 살폈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도 방문해 신사업 개발 추진 현황 등을 경청하고 헬스 케어와 클린 테크 분야의 사업화 추진 사례를 살폈다.
구 회장은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도 방문해 이석우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장(부사장)을 비롯한 구성원들과 만나 아웃사이드-인 방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시도를 격려하며, 신사업 개발 추진 현황 등을 경청하고 헬스케어, 클린테크 분야의 사업화 추진 사례를 살폈다.
구 회장은 “신사업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결국 변함없는 성공의 키는 차별화된 고객가치에 달려 있다”며 “이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 더 많은 스타트업과 파트너들이 LG를 찾아오고, 새로운 사업 모델이 지속 발전되어 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또 AI 반도체 설계사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도 찾아 AI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세심하게 살폈다.
텐스토렌트를 방문한 구 회장은 짐 켈러 CEO와 만나 AI 반도체의 트렌드와 텐스토렌트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영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텐스토렌트는 2016년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으며,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IP 라이센싱(특허 기술 대여)과 고객 맞춤형 칩렛(Chiplet, 하나의 칩에 여러 개의 칩을 집적하는 기술) 설계가 주요 사업 모델이다.
구 회장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도 방문했다. 피규어 AI 창업자이자 CEO인 브렛 애드콕을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피규어 원’이 구동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피규어 AI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이다. 잡 서치 플랫폼, 전기 수직 이착륙 비행기 회사들을 창업한 이력이 있는 브렛 애드콕이 다양한 빅테크 출신 엔지니어들을 규합해 2022년 회사를 설립했다.
구 회장이 이번 현장 경영에서 LG 계열사 외 외부 스타트업을 찾아 AI 생태계 전반을 살핀 것은 AI가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며, 사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소 생각이 반영된 행보다.
구 회장은 이번 북미 현장 방문 중 직원들을 만나는 총 6번의 자리에서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속성장의 긴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과 도약의 빅스텝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AI에 대한 투자와 노력은 계열사 생산 라인·제품 개발·고객 서비스 등 각 계열사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