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연한 안정세’?… 민생과 동떨어진 정부 전망, 현실 반영해야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5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1.5% 하락하며 확연하게 안정세로 전환됐습니다.”
소비자물가가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이어간 가운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물가 현황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7%,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증가 폭은 전월(2.9%)보다 0.2%p 감소했다.
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 2%대 후반의 상승률을 보이자 정부는 “지난 3월(3.1%)을 정점으로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2% 초중반대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 같은 평가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부가 안정세로 전환했다고 표현한 농축산물 물가만 해도 그렇다. 현재 물가 오름세는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은 전년 대비 8.7% 상승했는데, 이 중 농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19.0% 상승했다. 사과 가격이 80.4%, 배 가격이 126.3% 상승하는 등 과일 가격 강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사과 가격은 작년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난 3월(88.2%)과 4월(80.8%)에 이어 석 달째 8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배 가격은 1975년 1월부터 시작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 살펴도 사과와 배 가격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과는 전월 대비 7.0% 상승했고, 배는 12.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같이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의 목소리에 대해 국민이 동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통상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파악하는 기간인 ‘전년 동월 대비’보다 단기간의 변동인 ‘전월 대비’를 인용해 ‘확연한 안정세로 전환됐다’고 평가한 만큼, 정부가 섣불리 장밋빛 전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확연한 안정세’라고 평가한 반면 물가를 1순위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며 관망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가겠으나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외 경기 흐름,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 부총재보는 또 “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둔화를 감안할 때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 경로대로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한 가운데 국내외 경기 흐름,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가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가 내놓는 섣부른 장밋빛 전망에 국민은 끊임없이 희망 고문을 당해왔다. 이미 지난 1분기 ‘金사과’ ‘875원 대파’ 등을 겪으며 시름이 깊어진 지 오래다. 기재부, 농식품부 등 정부가 장밋빛 전망을 내놨음에도 국민이 웃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는 그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보단 때로는 현실적으로, 국민의 시각을 반영해 전망을 하고 관련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