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 출국금지… 기획부동산 수법, 20년 전보다 진화

뚜렷한 수익구조 없이 원금·고수익 보장 폰지사기 방식 짧게는 3개월 정기 예금처럼 원금과 월 2% 이자 지급 대부분 지출, 공중파 방송·연예인 초청 등 광고로 사용

2024-05-09     홍보영 기자
경찰. ⓒ천지일보DB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경찰이 기획부동산과 폰지사기 수법을 결합한 사기 혐의를 받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김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고 수사 중이다.

기획부동산 원조 김 회장이 받는 이번 사기행각 혐의는 20년 전 실형을 받게 된 기획부동산 사기보다 한층 진화됐다. 법인명은 삼흥그룹에서 케이삼흥로 변경됐다. 피해액은 2006년 검찰 추산 210여명 212억원에서, 이번엔 최소 1천명 3천억원에 달해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수법은 경제적 가치가 낮은 땅을 매입해 호재가 있다며 허위 광고한 뒤 고가로 토지를 분양했다면 이번엔 정부가 개발할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이 확정되면 이익을 얻는다며 단기간에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부동산 호가 상승에 따른 이익과 관계없이 폰지사기 방식이 더해진 것이다. 폰지사기는 후순위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받아 선순위 투자자에게 고배당을 지급하는데 수익구조와 관계없이 원금 보장에 고배당을 약속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짧게는 3개월 단기 적금 방식으로 최소 월 2%(연 24%)의 이자를 준다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모집책이 은행 이자보다 고배당이라 이익이라며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투자자들 상당수가 출금이 막히기 전인 지난달까지 꼬박꼬박 원금과 이자가 지급됐기에 재투자했고, 이에 손실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삼흥 시상 모습. (제공: 피해자)ⓒ천지일보 2024.05.09.

또 직급이 높을수록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다단계 방식을 취했다. 많은 회원을 유치하도록 보너스를 주고 일정 금액 이상 투자를 받은 직원에게는 벤츠 등 고급 차량을 시상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케이삼흥이 부동산을 내세워 투자를 유도했지만, 뚜렷한 수익구조가 없다고 하면서 폰지사기 방식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회사 투자금은 1328억원이지만 토지와 건물을 포괄한 비유동자산은 54억원, 매출은 43억원에 불과했다.

보통 폰지사기 업체는 방만 경영이 따라붙는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삼흥도 대부분의 수입을 광고비와 수수료 지급 등 판매관리비(판관비)로 지출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삼흥 재무재표 2022년 매출총이익은 8억 6206만원이었지만 판관비는 762억 9천여만원이다. 판관비는 지난해에도 244억 9천여만원에 달했다.

케이삼흥 2022년과 2023년 판매비 및 관리비.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천지일보 2024.05.09.

케이삼흥은 오후 9시 뉴스 지상파·공중파 광고, 미스코리아·가수·배우 등 연예인 초청, 골프선수 후원 등 많은 광고로 사업을 선전했다. 피해자들은 “광고·후원·기부를 통해 선한 기업 이미지로 신뢰가 더 가도록 해 피해를 키웠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방식은 이전 사기와 같은 수법이라고 한다. 한 피해자는 “20년 전 기획부동산 사기 때도 투자자들이 속아 넘어가도록 사무실에 유명 정치인 사진을 걸어놓고 영업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