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 설교·설법 들은 신자들, 낮은 신뢰도 보여

美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연구 “AI 로봇, 진정한 신앙 못 가져 의존하면 신도 헌신 약해질 것”

2023-07-26     이지솔 기자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최근 일본 교토 코다이지 사찰에서 ‘마인다’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설법을 들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신뢰도 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설법하는 마인다 로봇. (출처: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이 성당이나 교회에서 신도를 대상으로 설교하고, 절에서 스님을 대신해 설법을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어떨까. 일부 종교인들이 신도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시도의 하나로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신도들의 마음을 완전히 열지는 못한 듯하다. 신자들은 로봇에 대해 인간 스님보다 낮은 신뢰도를 보였으며, 스님의 설법을 들은 신자들에 비해 시주도 적게 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최근 일본 교토 코다이지라는 사찰에서 ‘마인다(Mindar)’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설법을 들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신뢰도 조사를 실시했다.
 
마인다는 일본의 유명 로봇 연구자인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대학 교수와 코다이지 사찰이 협력해 2019년 개발한 인간형 로봇이다. 이 로봇은 사람과 비슷한 실리콘 피부의 얼굴을 가졌으며, 말을 할 때 입술이 움직이고 눈을 깜빡인다.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하며 25분 분량의 반야심경 설법을 할 수 있다며 AI를 통해 지속적으로 불교의 지혜를 학습해 나간다는 것이 사찰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사찰에서 마인다 로봇과 사람인 스님의 설법을 들은 신자 3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스님의 설법을 들은 사람보다 시주도 적게 했다.
 
로봇과 인간 스님의 신뢰도 차이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5점 만점 척도에서 인간 스님에게 3.51점, 로봇에게는 3.12점을 줬다. 로봇의 설법이 사람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다는 평가지만, 시주 등을 놓고 봤을 때 심리적 저항감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도교 사원에서 인간형 로봇 ‘페퍼’로 실험한 결과도 비슷했다. 페퍼의 설법을 들은 신자들은 설법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거나, 사원 홍보물을 돌리는 등의 포교 활동도 줄었다.
 
연구팀은 미국의 기독교인 274명을 대상으로도 조사했다. 설교문을 읽게 하며 절반에게는 인간 목사가 썼다고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AI가 썼다고 안내했다. AI가 작성한 것으로 생각하며 설교를 읽은 신자들은 설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AI가 사람처럼 생각하거나 느끼는 능력이 부족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 대해 조슈아 잭슨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로봇이나 AI는 진정한 신앙을 가질 수 없다”며 “종교기관이 신심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지도자 대신 기술에 더 의존하면 신도들의 헌신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조사는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실험심리학(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학술지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