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in] 내전 휩싸인 수단… 현지 기독교인도 위태롭다

현지 교인 박해 우려 호소 혼란 틈타 극단적 무슬림들 신앙 이유로 공격 가할수도

2023-05-02     임혜지 기자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휴전 연장 합의 이후에도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거의 2주간의 수단 두 군벌 전투로 수백명이 사망했고 수만명의 사람들이 수단을 떠났다. 사진은 28일(현지시간) 군사 파벌 간 무력충돌로 수단 수도 하르툼 곳곳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 (출처:AFP/연합뉴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북아프리카 수단 군벌 간의 무력 분쟁 사태로 최근 체류 중인 한국 교민들까지 철수한 가운데 현지 기독교인들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전체 인구 가운데 5%가 채 되지 않는 크리스천(기독교인)은 모진 박해 속에서 힘겹게 신앙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오픈도어 등 교계 소식지에 따르면 오픈도어 동아프리카 지역 연구원 피키루 메하리 박사는 최근 “수단의 혼돈을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대담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이 수단 전역에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수단에 체류하던 한국 국적의 선교사나 기독교인들은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남아 있는 현지 기독교인들이다. 메하리 박사는 “분쟁이 끝나도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는 강화될 것으로 보여 어떤 결말도 기독교인들에게는 두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슬람 국가 ‘수단’은 무슬림 비율이 93%에 달하며 기독교인은 약 3%에 불과하다. 이슬람교가 오랜 역사를 거쳐 사회 견고히 뿌리내린 만큰 법 체계는 이슬람 율법을 기반으로 세워졌으며 수단 엘리트들은 새로운 이슬람 왕국 건설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천지일보

전국적으로 기독교 박해가 행해지고 있지만, 가장 극심한 폭력과 박해를 당하는 이들은 바로 ‘기독교로 개종하는 무슬림’이다. 수단에서 배교는 불법에 해당하며 최고 사형까지 당할 수 있다. 2014년 실제 사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수단은 기독교 박해 감시 기구인 오픈도어선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조사대상 100여개국 가운데 한때 3위까지 올랐을 정도로 극심한 박해국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 2020년 군부 쿠데타로 장기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되며 30여년의 독재 정치가 막을 내렸고, 배교죄와 태형 폐지, 비이슬람교도의 음주 허용 등 전면적인 제도 개혁에 시동이 걸리면서 종교의 자유 현실화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다. 

앞서 바시르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수단을 이슬람 국가로 전환하고 기독교 세력을 배척했다. 특히 1980년대에는 국민 대다수가 기독교인이거나 전통 종교를 갖고 있는 남수단에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면서 분리독립 운동을 촉발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군부 쿠데타 이후 선출된 민간 출신 압둘라 함독 총리가 지난해 초 사임하면서 종교의자유에 대한 기대는 무너졌다. 

현지에서는 분쟁이 종결되도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지켰던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메하리 박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이슬람 율법으로 되돌려 놓는 게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기독교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핍박을 가져올 것”이라며 “수단 교회 지도자들은 이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단에서는 최근까지도 무력을 동반한 기독교 박해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대부분 법령이 이슬람 율법에 기초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실제 배교죄가 폐지된 후인 지난해 6월 수단 서부 중부의 한 침례교회에서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 4명이 배교 혐의로 체포돼 감옥에 갇히는 일이 있었다. 당시 수단 경찰은 교회 소유 성경과 음향 기기를 모두 압수하고 이들에게 지역을 떠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월 기독교로 개종한 아내를 무슬림 남편이 신앙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며 아내의 몸을 쇠사슬로 결박한 채 전기 고문을 가하는 일도 있었다. 현지 소식통은 “여성의 부모 형제자매들 역시 그가 그리스도를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신병자라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18년부터 줄곧 떨어지던 수단의 기독교 박해 순위는 올 들어 3계단 상승하며 100여개국 가운데 10위를 기록했다. 

수단에서 군벌 간 무력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세계교회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제리 필라인 사무총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단 정부군(SAF)과 민병대 신속지원군(RSF) 사이에서 일어난 무력 충돌에 깊은 슬픔을 표하면서 “고통받는 수단 국민을 위해 즉각적인 휴전과 무장 적대 행위를 끝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