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의 연대기’ 손현주 “나는 지금 ‘회색’, 먼 길 온 것 같다”

2015-05-25     이현정 기자
▲ 지난 8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손현주. (사진제공: 호호호비치)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스릴러는 전작인 ‘숨바꼭질’과 이번 ‘악의 연대기’ 합쳐서 딱 두 작품인데 ‘손현주 또 스릴러’라는 수식어가 붙더라. 원래 어머님들, 이모님들, 고모님들의 사랑 받으면서 연기했는데 어느새 스릴러에 정통한 배우가 돼 있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웃음)”

비수기 영화라고 보기엔 어려운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악의 연대기’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추격자’ ‘끝까지 간다’ ‘몽타주’ 등 여타 스릴러보다 빠른 흥행속도로 개봉 6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다양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악의 연대기’는 특진 승진을 앞둔 최창식 반장(손현주 분)이 회식 후 의문의 괴한에게 납치를 당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납치당한 최 반장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승진을 위해서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는데.

천지일보는 지난 8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악의 연대기’ 홍보차 손현주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현주는 이날 두 번째 스릴러 장르 도전과 인간적 고뇌와 갈등에 시달리는 극 중 최창식 반장을 연기하면서 느낀 연기자로서의 감정들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 지난 8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손현주. (사진제공: 호호호비치)
-‘숨바꼭질’ 이후 다시 스릴러 장르인 ‘악의 연대기’로 돌아왔다. 감회가 어떤가.
‘숨바꼭질’ 때는 시나리오는 밤에 읽었는데 정말 무섭더라. 날 무섭게 만드는 시나리오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악의 연대기’ 시나리오는 내가 표현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 같았다. 지문 안에 혹은 지문 외에 감정들을 내가 많이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도 여러 차례 읽었다. 그런데 백운학 감독 보고 양질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스릴러는 ‘숨바꼭질’이랑 ‘악의 연대기’ 두 작품밖에 안 했는데 스릴러 전문 배우가 돼버렸다.(웃음)

-최 반장이라는 캐릭터 어떻게 이해했나?
지금은 최 반장을 가해자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 순수했던 모습을 이어가지 못하고 자꾸만 현실과 타협하게 되면서 결국 동재(박서준 분)의 가정을 파괴하고 말았으니까. 또 이러한 지점들을 가지고 최 반장이 반성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촬영 때는 최 반장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 죄책감을 가지고 연기한다면 얼굴에 다 티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촬영 때는 철저하게 최 반장의 입장에서만 몰입했던 것 같다.

-사건의 발단은 최 반장이지만 그가 완벽히 악인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좋은 아빠, 좋은 상사가 되고자 현실과 타협하고 ‘이 정도는 괜찮잖아?’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 그런 최 반장의 모습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일 거라 생각한다. 또 관객은 그런 부분을 이해하기 때문에 최 반장이 선인 혹은 악인이라고 쉽게 단정하지 않는 것 같다.

▲ 지난 8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손현주. (사진제공: 호호호비치)
-스릴러에 정통한 배우라는 수식어 어떻게 생각하나?
앞서 말했듯이 스릴러 작품은 딱 두 작품밖에 안 했는데 그렇게들 평해 주시더라.(웃음) 그런데 최근에 거울에 비친 얼굴을 가만히 보면서 ‘멀리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 나를 표현하는 색깔은 회색 같다. 너무 칙칙해졌다.

-‘멀리 왔다’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드라마 ‘추적자’ 때 타사 경쟁작들이 굉장했다. 거기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죽자 살자 연기했었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추적자’를 시작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 ‘황금의 제국’ ‘숨바꼭질’ ‘쓰리 데이즈’ 등의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 어두운 면모를 보여줬던 것 같다. ‘아~ 이거 너무 멀리 온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래 어머님들, 이모님들, 고모님들 사랑받았는데. 하하. 이런 가운데 차기작인 ‘더 폰’도 스릴러입니다.(웃음)

연기적 고뇌와 인간적 삶의 가치를 되짚어 보게 한 손현주 주연의 영화 ‘악의 연대기’는 지난 14일 개봉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