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카톡. 카톡”… 퇴근해도 업무 지시
2015-05-14 이혜림 기자
“주말에도 시도 때도 없이 지시받아 스트레스” 한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 ‘카톡. 카톡’ 12일 밤 10시 30분 김미영(30, 여)씨의 스마트폰에서 메신저 알림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회사 상사로부터 온 업무 관련 메시지였다. 김씨는 평소 다니던 영어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는 “몸도 마음도 피곤한데 늦은 시간 상사의 업무 지시를 받아 완전 짜증이 났다”며 “늦은 밤이건 주말이건, 시도 때도 없이 카카오톡으로 지시해서 정말 스트레스다”고 한탄했다. 결국 김씨는 귀가 후 집에서 업무를 보고 새벽이 돼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퇴근 후나 휴가 중에도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근했지만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 직장인 734명을 대상으로 ‘업무시간 외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연락받은 경험’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5%가 업무시간 외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는 ‘퇴근 이후(78.5%, 복수응답)’에 가장 많이 받았다. 이어 ‘주말(56.1%)’ ‘연차 등 휴가 기간(45.5%)’ ‘출근 시간 전(32.4%)’ ‘점심시간(27.4%)’ 순으로 나왔다. 연락을 한 사람이 ‘직속 상사(복수응답)’라고 답한 응답자는 70.2%였다. 또 ‘소속 팀 동료(41%)’ ‘거래처(27%)’ ‘타 부서 직원(26.2%)’ ‘CEO(17.3%)’ ‘소속 팀 후배(12.1%)’ 등의 답변이 나왔다.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퇴근 이후 상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유는 업무 때문이었다. 연락 이유를 살펴보면 ‘업무 처리를 시키기 위해서(복수응답)’라는 응답이 51.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서(41.9%)’ ‘파일 위치 등 질문이 있어서(36.2%)’ ‘개인적 업무를 부탁하기 위해서(23.7%)’ ‘내가 처리한 업무에 이슈가 발생해서(23.3%)’ 등이라고 답했다.
업무시간이 아님에도 오는 연락에 직장인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64.2%는 업무시간이 아닌 경우에 오는 메신저 알람에 대해 ‘무조건 받는다’고 답변했다. ‘골라서 받는다’는 29.6%, ‘거의 안 받는다’는 4.8%, ‘전혀 받지 않는다’는 1.4% 등으로 나왔다.
이렇게 연락을 받은 직장인의 88.3%는 ‘연락을 받은 즉시 업무 처리를 완료한 경험이 있다’ 답했으며, 60.3%는 ‘해당 연락을 받아 회사로 복귀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퇴근해도 업무가 이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직장인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최정수(가명, 27, 남)씨는 “회사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창)’이 있어 퇴근 후에도 수시로 들어가 공지를 확인한다”며 “퇴근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헛갈린다. 귀찮아서 확인하지 않으면 공지를 듣지 못한 내 책임”이라고 불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