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공포서 학생을 안전하게…” 자체예산 투입한 고교 눈길
2015-04-30 김현진 기자
서울과학기술고, 전문업체에 맡겨… 전국 학교는 방치
“교육감·학교장 등 윗선도 석면 안전 교육 받아야”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올해 4월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 석면은 1급 발암물질이다. 전국 학교 대부분에서 검출돼 특히 문제가 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제거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자체예산을 들여 석면 제거·보수에 선도적으로 나선 일선 고등학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과학기술고등학교(교장 김정철)는 최근 4000만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전문업체에 유지·보수를 맡기고 있다. 파손된 석면은 우선 무석면으로 교체했으며, 벽 등의 벌어진 틈은 테이핑 작업으로 석면이 날리지 않도록 응급조치를 했다. 장기적으로는 모두 무석면 자재로 교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방침에 따르면 석면건축물을 보유한 학교에서는 행정, 보건, 시설 담당자 중 1명을 석면안전관리인으로 지정해야 한다. 석면관리인은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고 6개월마다 석면건축물의 손상 상태 및 석면 비산 가능성 등을 조사한다. 석면의 위해성 정도에 따라 보수, 밀봉, 구역 폐쇄 등의 조치와 석면건축물관리대장 기록 관리 등의 업무를 추진해 보고해야 한다. 문제는 석면관리인이 안전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예산 부족으로 추진하기 어려워 마음의 부담을 늘 안고 있다는 데 있다.
서울과학기술고 석면관리인은 박정회 시설팀장이다. 석면에 무지했던 그도 교육을 받고 보수 작업에 나섰으나 비전문가였기에 쉽지 않았다. 또한 천장공사 시 석면 해체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데, 외부 업체에서 약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박 팀장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박 팀장은 석면관리인을 맡은 적 있었던 박대요 행정계장과 함께 행정실장을 찾아가 설득했다. 이에 공감한 행정실장이 교장에게 강력하게 건의했고, 결국 전문업체에 유지보수를 맡길 수 있게 됐다. 석면에 대한 문제의식을 윗선까지 공유한 데 따른 결과였다. 박 팀장과 박 계장은 교육감이나 학교장들도 석면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석면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인지해야만 실무진들이 움직이기 편한데, 결국 비용 문제 때문에 누락되기 쉽다. 설득해도 비용 문제의 벽에 막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선 예산 문제 때문에 행정, 보건, 시설 담당자들이 서로 석면관리인 지정을 피하기 위해 내적갈등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훈 한국석면건축물안전관리협회 대표는 “서울과학기술고교가 타학교에 모델이 돼야 한다. 석면이 많이 훼손·파손된 학교들은 단계별로 무석면 교체작업을 해나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건축 자재인 석면은 호흡기로 신체에 유입되면 폐암, 중피종암, 후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은 1985년부터 석면 사용을 규제해 왔고, 국내에서는 2009년 이후 석면 사용을 금지했다. 전체 석면 건축자재 중 천장재인 텍스는 90% 이상 차지한다. 2009년 이전 건립된 거의 모든 공공기관 건축물에서 텍스가 사용됐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관내 전체 학교 중 석면을 함유한 건축자재를 사용한 학교는 무려 86.7%나 된다. 이런 실정에도 각 학교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제거는커녕 파손된 석면을 보수하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