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임금 인상’ 밀당 계속될까
2015-03-14 유영선 기자
한발 뒤로 물러선 정부 “민간 자율로 결정하는 것 원칙”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임금 인상을 놓고 정부와 재계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재계는 소비와 투자활성화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임금 인상 요청에 공감은 하면서도 자칫 기업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가급적 적정 수준 임금을 인상해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며 “임금 인상이 어렵다면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한 대가 지급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진작으로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찾아야 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적정 수준’이란 표현을 써가며 재계에 임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경제5단체장들은 임금은 기업 자율로 정하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앞서 최 부총리의 재계에 대한 임금 인상 압박은 이미 이달 들어서만 3차례나 있었다.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 강연에서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9일 민자사업 현장,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잇따라 재계를 압박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지난 13일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내심 ‘임금 인상’의 약속을 기대했지만, 재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임금은 한번 올리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인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임금 인상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임금 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경우 수출이 둔화될 수 있기에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해 많은 기업이 매출이 정체됐고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면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60세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도 커졌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이내로 권고했던 경총은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에 무게를 실었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임금 인상을 너무 강조하면 고용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두 가지가 상충되는 관계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가 이같이 정부의 임금인상요구에 반발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이유로 올해 임금을 동결한 것을 비롯해 상당수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금 인상에 대한 재계의 싸늘한 반응에 일단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간담회가 끝난 직후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일반적인 임금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임금 인상보다는 기업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