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가석방’ 바람 거세지나
2015-01-06 유영선 기자
재벌 총수家 ‘반국민적 정서’ 문제가 관건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기업인 가석방·사면론을 놓고 경제계의 수장들이 연이어 힘을 싣고 있다. 기업 총수들을 사면시켜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 투자를 위해 노력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인을 가석방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대다수의 정·관·재계 인사들은 기업인 사면과 관련한 질문에 말을 아꼈지만, 허 회장은 홀로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도 지난 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가석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데 이어 두 번째로 공개적으로 기업인 사면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박 회장은 그간 기업인 사면에 극도로 말을 아껴온 만큼 이례적인 호소라는 평가다.
이에 재계 전반으로 기업인 가석방·사면의 분위기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일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인들이 사기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협조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기업인의 가석방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반대의 입장이 만만치 않은 데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논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재계는 가석방이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하면서도 표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가석방이 가장 유력한 인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횡령 등으로 지난 2013년 1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년째 수감 중인 최 회장은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 가석방 신청이 가능하다.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SK그룹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태원 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질문에 “지금 제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재계 일각에선 기업인 가석방이 2월 설 연휴 또는 3.1절 등에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업인 가석방 및 사면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여전히 따갑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대한항공 회항 사건에 따른 재벌 총수 일가 등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가 커진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