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피해자들의 세상을 향한 외침
“아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환경 만들고 싶어”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최근에 배변 주머니 제거 수술을 했어요. 아직 완전히 건강을 되찾진 못했지만 교복 입고 학교도 다니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나영이 아버지가 딸의 최근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관계 공무원이 바뀔 때 마다 과거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와서 다시 묻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땐 잃어버리고 싶던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라 너무 힘이 든다”고 지자체의 세심한 배려를 부탁했다.
이어 “나영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이 알려지는 것과 6년 후 조두순이 출두하는 것”이라며 “피해 아동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내 생에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원 지적장애인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와 2011년 어머니로부터 지속적인 폭력과 성적 압박에 시달리다 어머니를 살해한 지모 군의 아버지 등 아동학대 및 성폭력 피해자와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도가니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김민선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소장은 “피해를 당한 친구들은 사건과 관련된 생각이 계속 떠오르고 잊히지 않아 한 달에 한 번 병원에서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들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국가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소장은 “지적장애인이 성폭력을 겪은 경우 이에 대한 기소율은 굉장히 낮은 편”이라며 “지적장애인에게 일반 피해자들의 진술만큼 요구하는 사법부의 태도는 변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처벌은 강화됐지만 아동 보호 예산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며 “법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기관을 100개로 확충하고 기관마다 15명의 상담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자간담회는 아동학대 사건을 오랫동안 담당해온 이명숙 변호사,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쓴 ‘우리는 모두 아이였습니다’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