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청갈등이 심상찮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치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야가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은 다행이다. 청와대 의지대로 여야 간 협의만 잘 된다면 연내처리도 기대해 봄직하다. 물론 이런 과정에 공무원노조 등의 당사자들도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일방적 강행처리는 절대 금물이다. 자칫 파국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무원노조도 연금개혁에 전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올해만 2조 5000억 원의 적자를 국민의 혈세로 메꿔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불과 수십만 원의 국민연금을 받는 대다수 국민의 처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더 급한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당정청 협의가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적연금 개혁의 신호탄이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개혁 상징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특히 연금문제는 각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수다. 처음부터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하면 이 또한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실패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철저하고 치밀한 사전 검토와 협의,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개혁 로드맵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최근 당정청의 논의과정을 보면 우려할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한을 연말까지라고 하기에 뭔가 단단히 준비됐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부는 이제서야 설명회를 하고 여론을 구하는 과정이며 당청은 기본적인 협의조차 부족하다. 사실상 정부입법이 어려워지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표발의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한마디로 준비 부족이요, 협의조차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이래서야 어떻게 공무원노조를 설득하고 야당과의 협상에 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게다가 처리 시한을 놓고서도 청와대는 연말까지, 김무성 대표는 연말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기본적인 실행 로드맵이 있는지조차 묻고 싶은 심정이다.
개헌론이나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큰 방향과 정책의지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은 이처럼 중대한 국정현안을 놓고 당청 간에 엇박자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무성 대표는 단호하게 당청갈등은 없다고 했다. 차라리 그 말을 믿고 싶다. 그러나 지금의 당청관계는 정책현안을 넘어 여권의 권력투쟁 조짐으로 읽힌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물론 이런 갈등이 당장은 폭발하지 않겠지만 그 여파로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국정혁신 드라이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우려가 하나의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