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없어 차량 털어”… 생계형 절도 급증

2014-10-13     장수경 기자
▲  ⓒ천지일보(뉴스천지)

절도범 26% ‘생활고’… 60대 노인 범죄도 급증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경제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활비 마련을 위한 강도·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부터 40~50대, 60대의 ‘젊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범죄가 일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경찰청의 ‘강도 절도범죄의 금전소비용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절도범 중 생계를 위해 물건을 훔친 사람은 3만 1529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절도건수(11만 8578건)의 26.6%로 4명 중 1명 이상이 생활고로 인해 절도를 저질렀다는 것을 말한다.

생계형 절도범수(비율)는 2011년 1만 8427명(16.3%), 2012년 2만 2335명(21.0%) 등 빠르게 증가했다.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지난해 기준)은 강도 10.4%, 절도 7.0%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명문대 출신의 A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에 ‘짝퉁 마약’을 판매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대기업에서 근무한 평범한 청년이었지만, 외국에서 축산물 유통업을 하다 자신의 사업체가 도산한 이후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

또 위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던 20대 B씨는 차량털이를 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B씨는 1년 전 위암판정을 받고 병원치료를 받아오다 계속해서 생활고에 시달려 이 같은 일을 벌이게 됐다. 10여 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 밑에서 자라온 B씨는 최근 아버지와도 떨어져 혼자 어렵게 살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령화 사회가 계속되면서 ‘젊은 노인’의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에서 발행하는 연도별 범죄분석 자료와 경찰청 자료를 종합해보면 2004년 6만 6943명이던 60세 이상 노인 형법범죄자는 2013년에는 13만 4506명으로 10년 새 2배가 넘게 증가했다.

실제로 60대 C씨는 결혼식 하객으로 가장해 예식장에 들어가 상습적으로 다른 하객들의 금품을 훔쳐왔다. 당시 C씨는 다른 하객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의자 뒤에서 시가 1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훔쳐 달아났다. 또 훔친 가방에 있던 신용카드로 귀금속 가게에서 반지와 시계 등 48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생계형 범죄는 범죄 유형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경제가 침체되면 범죄 수가 늘고, 반대로 경제가 좋아지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복지제도 확충이 범죄수를 줄이는 핵심요소”라며 “정부는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복지예산을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