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시] 감동스런 일 - 공현혜
2014-10-09 천지일보
감동스런 일
공현혜
무너지는 것은 소리가 있다지만
보이지 않게 무너진 것은 소리가 없어
꽃잎 떨어진 자리마다 한사코 이슬 맺는다
서로 귀 기울이지 않는 도시
다 저녁 벤치에 앉아 어둠이 되는 굽은 등
엎어져도 일어서도 수렁인 그림자 나란한데
빈 가슴에 바람이 사는 탓인가 눈동자 흔들린다
살아보겠다는 자그맣고 가냘픈 불씨 살아나기 전
슬픔은 뒤 돌아 보며 슬픔들을 불러와 물을 끼얹고
일어설 수 없는 수렁의 깊이를 더하는 세상
골목마다 소멸되기 싫은 이름들 모여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심경 목 놓아 노래할 때
깨닫는 배고픔으로 하루를 또 건너가는 삶의 가벼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순간의 감동은 이것이다
수렁에 빠진 사람 서로 웃는다는 것
낯설지 않는 일용할 양식을 향한 신앙으로 뭉쳐져
둘러앉은 숟가락 달그락거림이 노랗게 들리는 것이다.
-약력-
경주문예대학 3기 수료
현대시 문학 시 추천등단
서정문학 시 등단
작가시선 동시 등단
경남통영문인협회·경주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아동문학회·예원문학회·서정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