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건강보호? 서민증세?… 논란 과열

2014-10-09     이혜림 기자
▲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담뱃값 인상저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문가 “국민건강증진에 효과 없고 부담만 가중”
정부 “금연정책효과로 흡연율 감소할 수 있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담뱃값 인상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안정행정부 국정감사에서도 담뱃값 증세 문제가 대두됐지만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는커녕 더 가중된 꼴이다.

담뱃값 인상은 단순히 세제개편 문제가 아니라 국민보건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야당 측에선 소득의 크기와 관계 없이 균등하게 과세되는 주민세를 크게 올리려는 정부 계획은 대대적인 서민증세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증세가 없다’는 박근혜 정부의 약속이 파기되는 것이기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논란은 국회 밖에서도 이어졌다. 학자들은 국민건강 보호의 목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해도 세수가 부수적으로 늘어나면 증세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8일 “담뱃값을 포함해 지방세 인상 등은 모두 소득 상위계층의 세금을 줄이고 소득하위 계층의 부담을 늘리는 조처”라며 “민주주의 정치를 구현하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으로 부자만 옹호하는 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면서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금연 효과가 발생해야 비로소 건강증진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뱃값 인상이 금연효과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판단하기 어려우며 저소득층에게 담배는 대체하기 어려운 기호품이라는 측면에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운동 등 다른 수단으로 담배를 대체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다른 대안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2013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 소득수준별 남자 현재 흡연율 추이를 살펴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흡연을 많이 하고 있었다.

2013년 기준으로 소득 하위 흡연자는 47.5%로, 소득 하위 남자 2명 중 1명은 흡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하위 흡연자는 43.1%, 중상위는 41.3%, 상위는 36.6%다.

이런 상황에서 담뱃값을 인상한다면 국민건강 증진 효과는 그대로지만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은 늘어만 간다는 것.

김 교수는 “복지재정 요구에 따라 재원이 필요할 경우 비과세되고 있는 임대소득, 종교인소득 등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조세 공평성에 국민경제의 더 빠른 성장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태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04년 담뱃값 인상 이후 변화된 흡연율을 들어 반론을 제기했다. 김 연구위원은 “당시 흡연율이 36.2%에서 26.4%로 감소했다”며 “가격이 인상되면 금연정책효과와 상승작용으로 흡연율은 더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조세부담에 대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선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감소되면 조세부담을 하지 않게 돼 역으로 조세 형평성이 더 개선된다”며 “고소득층만 금연하고 저소득층은 계속 담배를 피운다는 결론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