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딸들아, 엄마아빠는 그저 평범한 사위면 된단다”… 영화 ‘컬러풀 웨딩즈’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만나기만 하면 ‘비정상회담’급 썰전에 각양각색 풍습과 신념, 알게 모르게 내뱉는 인종차별적 표현들. 국제회의장인지 내 집 안방인지 모를 정도로 북적북적한 외국인 사위들이 펼치는 오합지졸 휴먼 코미디 영화 ‘컬러풀 웨딩즈’.
프랑스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 천이백만 관객을 동원한 국내로 치면 ‘명량’급 파워.
‘신에게는 아직 시집 안간 막내딸이 있습니다.’ 오로지 평범한 프랑스 사위 한 명만 데려오면 된다고 막내딸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상위 1% 부르주아 프랑스 아빠와 엄마의 험난한 딸 시집보내기가 시작된다.
지금 프랑스는 ‘컬러풀 웨딩즈’에 흠뻑 빠져있다. 프랑스 인구의 천이백만이 선택한 영화 ‘컬러풀 웨딩즈’는 올해 프랑스 개봉작 중 압도적인 흥행 순위를 자랑하고 있다. 원제는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로 필립 드 쇼브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영화는 다양한 민족의 사위 3명을 한데 모아 놓으면서 시작한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에 뼛속까지 순수혈통인 프랑스 상위 1%의 클로드 부부.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들이 차례로 아랍인, 유태인, 중국인과 결혼한 뒤로 집안은 하루가 멀다고 컬쳐 쇼크와 컬쳐 파이트로 조용한 날이 없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자기네 나라의 전통을 고수하는 사위들 때문에 가슴에 세 번의 참을 ‘인’을 새기고 살아가는 클로드 부부에게 남은 희망을 바로 막내딸.
그저 평범한 프랑스인 사위를 원하는 클로드 부부에게 이름부터 종교까지 누가 들어도 ‘파리지앵’스러운 완벽한 스펙의 넷째 사위 후보가 나타나는데.
드디어 예비 사위를 만나게 되는 날. 한껏 부푼 가슴을 안고 막내딸과 예비사위를 맞는 클로드 부부는 그야말로 ‘오엠지(OMG)’. 딸과 함께 들어선 예비사위는 다름 아닌 아프리카인.
막내딸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클로드 부부의 막내딸 사수궐기대회가 펼쳐진다.
‘컬러풀 웨딩즈’는 지난 4월 프랑스에서 개봉한 뒤 프랑스 역대 개봉 영화 중 흥행 TOP7에 이름을 올릴 만큼 큰 인기를 얻으며 ‘국민영화’ 반열에 올랐다.
프랑스에서 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성적은 프랑스 박스오피스 규모가 국내와 비슷하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괄목할만한 기록으로 보인다.
이처럼 영화가 프랑스 관객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타 유럽국가의 국적 및 종교가 다른 남녀 부부 비율이 약 3%인데 반해 프랑스는 20%에 달한다는 통계를 통해 다인종, 다종교 부부가 유독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종과 종교, 피부색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에 담는 게 자칫 무거운 소재가 될 수 있으나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적 이야기를 ‘결혼’과 ‘가족’에 대입해 위트 있는 스토리로 영화는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공감’이다. 다양한 국적과 종교,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캐릭터들이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가 남녀노소 전 세대 관객을 아우르며 공감대를 형성해 큰 웃음을 안겨준다.
영화의 이름처럼 다양한 색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공감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영화적 메시지도 나름의 교훈을 전달한다.
센티해지는 가을에 가족과 연인, 친구 등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컬러풀 웨딩즈’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9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