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재정 부담 넘어 다양성으로 빛난 인천아시안게임

2014-09-23     천지일보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회 운영자로 참여하는 흥미로운 기회를 가졌다. 농구 국제협력 담당관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의 업무보조 및 편의제공에 대한 업무를 맡고, 국제농구연맹 회장단 및 사무총장, 기술 임원들에 대한 제반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다. 지난해부터 대한농구협회 홍보이사를 맡아 농구 행정에 간여하게 된 게 인연이었다. 예전 경기장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도하고 비판하는 기자 생활을 20여 년 이상 하다가 먼발치로 보던 대회 운영자를 직접 맡게 되니 개인적 입장과 생각이 많이 달랐다.

선수단, 운영요원, 통역요원, 자원봉사자, 안전요원 등 여러 지원 요원들의 업무가 중첩되면서 효과적으로 업무수행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실히 느꼈다. 또 기자 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지원 요원들의 일들이 대회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회 시작 전 여러 준비사항 등을 점검하면서 과연 잘 치를 수 있을까 우려스러운 느낌을 갖기도 했으나 큰 무리 없이 치러내고 있다.

‘다양성이 여기서 빛난다(Diversity Shines Here)’는 대회 슬로건은 농구경기장에서도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팀 미팅, 심판미팅, 기자회견 등서 만나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관계자들은 이념과 종교, 민족의 차이를 넘어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제농구연맹 아시아 기술위원장 헤로스 아바네시안(이란)의 주재로 열린 농구관련 국제미팅은 경기를 순조롭게 하기 위해 여러 사항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대회 진행에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국제미팅은 국제협력 담당직원들이 가장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연습장 배정 및 연습스케줄, 도핑검사, 유니폼 색깔 등 각종 전달사항이 담긴 문건을 사전에 준비, 배포토록 하고 회의 참가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음료수, 다과 등도 갖춰놓았다. 동시통역이 이뤄지는 기자회견은 언론감각을 갖춘 프레스 매니저가 전문적인 농구용어까지 써가며 각국 기자들에게 취재편의를 제공하는 모습이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글로벌화의 확산은 경기장 시설의 모든 형태를 더욱 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경기장 안에 유무선 인터넷이 설치돼 PC와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언제든지 쉽게 연결할 수 있고, 각국 선수단 및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게 가능했다. 태블릿 PC로 회의를 진행한 아바네시안은 “한국의 인터넷 시스템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인터넷 속도가 빨라 회의 진행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재정부담의 압박으로 경비를 최소화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보다 전반적인 지원 등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이다. 화려한 외형보다는 실속 있게 내용에 충실한 대회를 치르려고 하다 보니 인력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농구의 경우도 일부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일부 통역요원들은 일당이 작다며 갑작스레 불참, 대회 준비 직전 불편을 주기도 했다. 국제 협력담당 인력이 부족해 협회에서 긴급히 보강해야 했다. 경기 진행요원도 적은 식대와 숙박비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인천이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것은 도시의 글로벌화와 브랜드 가치를 키워 국가경제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려는 게 주된 목적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과 물자, 사회 간접자본 등을 바탕으로 대회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회의 성공은 한국 선수단의 성적과 함께 경기장 안팎에서 각종 대회 운영과 관련해 좋은 평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오는 10월 4일 막을 내릴 인천아시안게임이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을지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대회 뚜껑이 열리면서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