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의 느낌표!] 청(靑)은 당(黨)이 던진 고언(苦言)에 귀 기울여야

2014-09-23     천지일보

한병권 논설위원

 

‘화통(化通)하다’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의 정확한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성격이나 목소리 따위가 시원시원하고 활달하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화통하다’는 말을 실제 듣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 마치 한창 때의 YS를 보는 듯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가 던지는 화두(話頭)는 고도로 계산된 정치행위에 속하는 것일 수 있다. 향후 대권가도를 향한 치밀한 셈법에 따른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 됐건 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충돌이냐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 메시지가 일단 시원시원하고 통 큰 인상을 준다. 작금 여론의 흐름을 육감적으로 읽은 데 따른 결과물인 듯한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 많다. 청와대를 향해(또는 정부와 야당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당(黨)이 민심을 바탕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고립될 수 밖에 없고 선거도 치를 수 없다는 진리를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여야의 세월호관련법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서도 ‘화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11대 4라는 압도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7.30재보선을 통해 당대표로서의 입지를 굳힌 김 대표가 ‘새누리호’ 선장으로 거침없이 항해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참사 당일 박 대통령 7시간’과 관련, “7시간 유언비어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책임이다. 분 단위로 움직인 걸 다 밝혔어야 했고, 비서실장이 열 번이라도 국회에 나와야 했다. ‘국회에서 다 답변했는데 또 불러내느냐’고 하니 국민이 분노하는 거다. 답답한 사람들이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에서 잘못 대응해 집권당으로서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는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고 “야당이 자꾸 불순한 의도를 갖고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라고 하니 얘기가 되겠느냐”고 쏘아붙였다. 필자가 생각해도 김 비서실장의 ‘모른다’는 대답은 좀 부적절해 보인다. 김 대표 주장처럼 공개하거나 차라리 7시간 행적 중 주요일정 위주로 밝히고 “(나머지는 보안사항인 대통령의 동선이므로)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대답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

김 대표의 직격탄은 경색된 남북관계 쪽으로도 겨냥됐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한 대북제재 조치인 5.24조치와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공동응원단에 대해서도 정부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5.24조치 해제와 남북공동응원단 구성을 요구한 것이다. “5.24조치가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며 전향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연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포함해 남북관계의 통일기반을 구축하는 해로 만들자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했는데 사실상 지금까지 뚜렷하게 진전된 사항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인천아시안게임과 관련, “북한의 많은 엘리트 체육인과 응원단이 와서 서로 교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긴장완화의 좋은 기회”라며 ”이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정부 당국이 참 무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큰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북한응원단이 오면 흥행도 되고 좋지 않겠느냐는 것. 5.24조치의 빗장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남북공동응원단도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이라는 ‘잔치판’이 벌어진 상황에서 대북전단까지 살포돼 북한을 한껏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니 남북화해는 기대난인가. 당의 고언(苦言)을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가 아쉬울 뿐이다.

김 대표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과 재정 건전성,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 영남 신공항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표시하며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견제하기도 했다. ‘최노믹스’로 불리는 경제부양책이 일정 시간 경과 후 성공적으로 결실이 맺어질 경우 최 부총리는 뜰 수 있는 잠재적 대권주자이다. 그런 점에서 대권주자끼리의 조기 빅뱅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청관계, 당정관계에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거나 너무 이른 타이밍에 전선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근 씨름협회 세미나에서 “정치권을 조롱하느냐”고 발끈한 것을 두고는 김 대표가 지닌 ‘내공의 깊이’에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화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다. 개혁성향의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에게 혁신위원장을 맡긴 당 혁신위원회의 개혁 드라이브도 일사천리다. 여기에 개헌문제도 그렇다. 대통령5년단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 및 선거구제 개정, 국회의원 특권제한 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큰 사안이지만 워낙 휘발성이 크고 긁어 부스럼이 될까 그간 쉬쉬하며 덮어둔 것이었다. 하지만 국가백년대계를 위해서는 꼭 곱씹으며 다뤄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청(靑)’이 ‘당(黨)’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결국 낮은 자세로 민심에 귀 기울이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새정치민주연합호’의 키를 잡은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김 대표가 여의도 정치를 복원하고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말한 대로 정치란 막힌 곳을 뚫어주며 굽고 휘어진 곳을 펴주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