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순리(循吏)열전(2)

2014-09-18     천지일보

 박종윤 소설가

 

◆이이(李離)

이이는 진나라 문공(기원전 635~627) 때의 사법 장관이었다.

어느 날 부하가 적당히 아무렇게나 취조한 것을 그대로 믿고 죄 없는 사람을 처형하고 말았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이는 자신이 오판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고랑을 차고 사형해 줄 것을 왕에게 청원했다. 그 말을 들은 문공은 이이를 불러 말했다.

“그대는 그대의 책임이라고 하나 그 직분에 따라 책임이 달라진다. 이번 경우의 잘못은 부하에게 있는 것이지 그대의 죄가 아니다.”

“저는 사법관의 우두머리로서 그 권한을 부하에게 넘겨 준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봉록을 받으면서 부하에게 나누어 준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오판의 책임을 부하에게 돌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대는 죄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그대 위에 있는 나에게도 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사법관에게는 사법관의 법이 있습니다. 잘못해서 형벌을 내릴 경우 자신도 그만한 형벌을 받아야 하며 잘못해서 사형에 처했으면 자신도 사형에 처해져야 합니다. 왕께서는 제가 어떤 어려운 사건도 올바르게 심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저를 사법 장관에 임명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대에 어긋나 죄 없는 사람을 죽게 한 오판을 한 이상 저의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

그 말을 남긴 이이는 스스로 칼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직불의(直不疑)


새후 직불의는 남양사람이었다.

그가 시종으로 문제(기원전 180~157)를 섬길 때의 일이다.

함께 살고 있는 동료 한 사람이 휴가로 고향에 갈 때 잘못해서 동료의 금을 가지고 가버렸다.

주인은 자기의 금이 없어진 것을 알고 직불의가 훔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다. 그 사실을 안 직불의는 훔친 것은 틀림없이 자기라고 말하고는 사죄하며 금을 사서 반환해 놓았다.

그런 얼마 뒤에 동료가 고향에서 돌아와 잘못 가져간 금을 반환시켰다. 직불의를 의심했던 주인은 자기의 경솔함을 부끄러워했다. 그 뒤부터 직불의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평판이 돌았다. 그 일 때문에 문제의 눈에 들어 태중대부(궁궐의 고문)까지 승진됐다.

그 무렵의 일이다. 황제를 만나는 자리에서 직불의를 헐뜯는 자가 있었다.

“그 사내는 풍채는 훌륭하지만 형수와 간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말을 들은 직불의는 “나에게 형이라고는 없는데…” 하고 말할 뿐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
오, 초 7국의 난이 일어났을 때 직불의는 2천석(지방 장관녹봉)의 신분으로 장군이 되어 출전했다.

경제가 죽고 무제가 즉위한 원년에 그는 어사대부에 승진됨과 동시에 오, 초의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워 새후에 봉해졌다. 그런 다음 무제에게 미움을 받아 승상 위관과 함께 과거의 잘못을 이유로 해직되고 말았다.

직불의는 노자의 학설을 배우고 있었다. 그는 어떤 직위에 있더라도 종래의 관습을 존중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모르도록 조심하고 앞서지 않고 언제나 사양했다. 그처럼 자신은 명성이 오르는 것을 싫어했는데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로부터는 큰 인물이라고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