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
NCCK 90주년 토론회… “교회가 무너지는 속도 상상 초월”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현재 한국 개신교는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이 나와 주목을 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국제위원회(위원장 이태근 목사)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NCCK 90주년 기념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교회의 국제관계, 그 역사와 변화’를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에서 박창현 감신대 교수(선교학)는 “한국교회의 신자 수는 거의 30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교회의 존재 자체에 대한 염려마저 갖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의 세계선교 기여: 선교적 교회론의 모델로서 한국 초기 대부흥운동(1903~1907)’을 제목으로 발표한 박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빠른 성장기가 1885년에서 1980년대 초까지 100년간이었다면 근래 들어 교회가 무너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80년대 초에는 국민 3명 중 1명꼴인 1300만 명가량이 개신교인이었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정체기로 접어든 뒤 감소 추세가 장기화,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한때 한국교회는 세계 50대 대형교회 가운데 23개를 차지할 만큼 교세가 성장했고 ‘선교의 기적’ 또는 ‘교회의 기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박 교수는 “한 시대의 국가 종교로서 굳건한 위치를 지켰던 고려시대 불교와 조선시대 유교도 국민에게서 외면당한 것을 감안하면 개신교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법을 영국 신학자 레슬리 뉴비긴에서 찾았다. 뉴비긴은 38년간 인도 선교사로 사역하고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영국 사회가 선교 파송국에서 선교 대상국이 된 것에 충격을 받고 그 원인을 진단한 ‘선교적 교회론’을 발표했다.
뉴비긴은 영국이 ‘선교하는 교회’에서 ‘이교적인 교회’로 전락한 원인을 잘못된 선교론과 교회론 탓이라고 분석했다. 교회의 본질인 선교를 교회가 성장해서 하는 것, 여유가 있어 하는 일 정도로 여기고, 목회자는 국내 교회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선교사는 해외에 나가는 사람으로 간주해 교회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뉴비긴은 선교와 교회를 구분짓고, 선교는 해외에서만 한다는 생각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교회 자체가 선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인 선교를 처음부터 중요한 현상으로 간직하고 있다”면서 “1903∼1907년 원산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된 한국교회의 대각성운동은 선교적 교회론에 의한 것이었다. 선교를 교회의 중심에 두는 교회론의 모델이었던 한국 개신교의 출발점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 전통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신학적 논쟁에 불을 붙인 게 아니라 삶의 모범을 통해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하나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한국교회의 중요한 선교적 과제는 교황이 보여준 그리스도의 영성에 근거한 삶의 변화와 실천을 통해 하나님 안에서 교회가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박창현 교수와 함께 이해영(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이윤희 사무국장(한국YMCA전국연맹)이 발제했고, 이후 전체토론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