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족대책위, 추석 ‘가족합동기림상’ 올려
【안산=뉴시스】 "어머니, 아버지들은 언니, 오빠가 있던 작년 추석을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슬프게 지내요. 명절이라 그런지 언니가 더 보고 싶어요."
추석인 8일 오전 9시10분께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서는 300여명의 유가족들이 모여 '가족합동기림상'을 올렸다.
기림상은 차례나 제사가 아니라 희생학생들이 좋아하던 먹거리를 올리고 아이들과의 추억을 기리는 의미로 차려졌다.
유가족들은 희생학생들이 좋아하던 치킨과 피자, 과자 등을 싸와서 제단 위에 올리고 묵념했다. 유족들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없는 추석을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고 유족 1명은 실신해 119구급대에 실려가기도 했다.
김병권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대책위) 위원장의 헌화로 시작된 합동행사에서 안산단원고 2학년7반 이수빈(16·희생학생) 군의 어머니 박순미(40)씨는 실종자와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박씨는 "아직도 맹골수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10명을 우리 유가족들은 기다리고 있다"며 "유가족들은 10명 모두가 돌아오면 해야할 일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는 실종자가족 여러분, 오늘은 대국민의 명절 추석인데 죄송하다"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여러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으며 끝까지 싸우고 여러분과 함께라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2학년3반 김빛나라(16·희생학생)양의 동생 하슬린(14)양은 희생된 언니·오빠들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하슬린양은 "언니, 오빠들이 없는 첫 추석을 보내며 가족들은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와 분향소에 모였다"며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명절인데 눈물 나고 마음만 아프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들은 언니, 오빠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상규명하기 위해 국회, 청와대 앞과 광화문에서 집처럼 생활하고 있다"며 "저러다 쓰러지며 어쩌나, 부모님을 잃을까봐 무섭기도 하다"고 했다.
유족들은 분향소 안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의 대책위 활동을 돌아봤고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에 분통을 터트렸다.
김병권 위원장은 "우리 아이들, 일반인, 그 피로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정부, 국회는 왜 유가족들을 슬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제발 명절이 끝나면 유가족들이 바라는 특별법을 처리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40여분간 합동행사를 가진 유가족들은 헌화를 하고 오전 10시께 추모공원 등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