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수창 제주지검장, 자신의 말처럼 무관하기를
검사장급 검찰의 고위 간부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은 쇼킹하다. 그것도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했다는 혐의인 바, 그 내용이 사람들이 다니는 장소에서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성기를 내놓은 혐의라고 하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간혹 막다른 골목이나 인적이 뜸한 곳에서 바바리맨이 여성들을 골라 음란행위를 하고서는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보도는 등장했으나 이번처럼 사회적으로 이름난 고위 공직자가 행한 행동으로 보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경찰에서 처음 알려진 내용은 지난 13일 밤 새벽 1시경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한 음식점 앞에서 한 남성이 술에 취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하는 것을 마침 이 거리를 지나가던 여고생이 보고 112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신고 받은 경찰이 현지에 나가서 인근을 지나던 김수창 제주지검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유치장에 가둔 것인데, 당시 김 지검장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동생의 인적사항을 대었다고 하며, 다음 날 풀려났다고 한다.
김 지검장은 “관사 근처에 산책을 나갔는데 갑자기 경찰이 차를 세웠다. 신고자들이 (음란행위를 한 사람과) ‘얼굴은 확실치 않지만 옷차림이 비슷한 거 같다’고 말을 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음란행위를 하지도 않았다. CCTV를 확인하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는 바, 대검이 감찰본부장을 현지로 급파해 즉각 진상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시 음식점 인근에 설치된 CCTV에는 김 지검장이 지나가는 모습만 나올 뿐 음란행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모습은 찍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가운데 김 지검장은 17일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을 찾아 직접 해명했는 바, 음란행위 의혹은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이고, 경찰 조사에서 신분을 감춘 건 검찰에 누가 될까 봐 그랬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자신과 가족은 죽음과도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고, 검찰의 명예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직 혁신으로 바로 선 기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수사 당국에서는 철저히 진상을 가려 한 점 의혹도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