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순신 장군과 교황 신드롬이 말하는 것

2014-08-17     천지일보

가히 이순신 장군과 프란치스코 교황 신드롬이다. 두 지도자가 보여준 ‘통합‧섬김‧탈권위’ 리더십 때문이다. 14~18일 전 세계 12억 가톨릭교인의 수장으로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25년 만에 방한한 교황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낮은 걸음, 소박한 행보로 즉위 이후 꾸준히 화제가 됐던 터라 일반인도 이번 방한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세월호 유족 중 한 명은 교황의 위로를 받고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한편 교황의 시복식이 행해진 날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명량’ 누적관객수는 1362만 명을 넘어서면서 ‘괴물’과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흥행 1위 자리에 올라섰다. 김한민 감독은 ‘죽고자 하면 산다’는 심정으로 명량을 만들었다는 말로 흥행소감을 대신했다. 이순신 연기를 펼친 최민식은 너무 몰입해 실제 몇 차례 실신까지 했었다고 하니, 배우들의 명연기와 혼신의 힘을 다한 감독이 빚은 성과라는 게 느껴진다. 거기에 다들 말하는 것처럼 ‘이순신 장군’ 같은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나 인사청문회 때마다 나타난 ‘인사참극’은 우리 국민에게 참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 때문에 당리당략에 움직이는 리더가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가슴으로 생각하며 지략을 갖춘 리더에 목말라 있다. 이런 시점에 등장한 두 리더가 보여준 통합‧섬김‧탈권위 리더십은 감동을 넘어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검찰과 정치인들이 줄지어 ‘명량’을 보러 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명량’을 보면서 심기일전해 새 각오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정말 바라기는 각오만 하고 나와서는 안 된다. 이순신 장군을 따라해서 ‘영웅’이 되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죽고자 하는’ 그런 지도자가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진짜 이순신 장군처럼 말이다. 그래야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