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검역 ‘구멍’… ICM 발병 국가 참석자 파악 못해

2014-08-17     이혜림 기자
▲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에블라 바이러스 전파 우려와 관련, 열 감지기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ICM 조직위 “오는 사람 막을 수 없어”
시민들 “정부, 철저한 조치해야 할 것”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에볼라 출혈열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2014 세계수학자대회(ICM)’가 개최됐다.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입국했지만 정확한 인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 국민의 우려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현재 나이지리아 현장 등록자에 대한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ICM 관계자는 “서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에 대해 사전등록만 제재를 가했다. 강연자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현장등록은 어쩔 수 없이 받았다”며 “현재 해당 지역에서 몇 명이 행사에 참석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 방역을 위해 ICM 조직위는 대회장에 에볼라 대응팀을 상주시키고 나이지리아인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는 등 대비 태세를 갖췄다. 또 체온 감지기, 손소독기, 핫라인 등을 설치했다.

그러나 체온 감지기로 감염 의심자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원봉사자가 감지기를 보며 38℃를 넘는 사람들을 의심자로 보고해야 하지만 날씨가 더워서 해당 온도가 넘는 사람도 많고, 커피만 들고 있어도 50℃가 넘어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자원봉사자들은 눈대중으로 아파보이는 사람이 38℃가 넘으면 감염자로 의심해 보고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ICM 조직위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해 ICM에 현장 등록한 나이지리아인은 총 4명이다. 이들은 공항 검역 게이트에서 이상이 없다고 확인을 받은 뒤 입국했다.

당초 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은 25명이며 여성수학자 3명은 등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확인된 입국자는 4명뿐이다. 이외에 나머지 사전 등록자 18명이 방한했는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세계보건기구가 에볼라와 관련해 국제적 공중보건 긴급 상황을 선포한 뒤 조직위는 국제수학연맹(IMU) 동의 아래 특별여행경보 지역인 기니 1명의 등록을 취소했고, 여행주의보 지역인 나이지리아 참가자들에게는 방한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애초에 입국을 금지시키면 안 되냐는 주장이 나왔으나 정부가 나이지리아 사람의 입국을 금지할 수 없고, IMU와 ICM 측에서도 불참 권고를 수차례 했음에도 온 사람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에볼라 출혈열 발생 이후 해당 국가에서 머무르다 국내로 들어온 내․외국인 189명의 건강 상태를 추적․조사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ICM이 개최된 다음 날인 1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3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에볼라 출혈열이 유행하는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4개국에서 출발했거나 이들 나라를 거쳐 입국한 에볼라 추적조사 대상은 189명으로 집계됐다. 28명은 바이러스 잠복기간인 21일 동안의 추적조사를 모두 마쳤으며 나머지 161명은 추적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염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는 입국자는 아직 없다.

정부가 에볼라 출혈열 예방에 힘쓰고 있어도 국민들의 걱정은 여전했다. 김미선(48, 여,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씨는 “애초부터 에볼라 발생국 사람들을 입국시키지 말았어야 한다”며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이미 들어왔으니 염려가 된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소영(49, 여,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씨는 “일일이 막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정부에선 이를 해결,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