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홍재철 회장 사퇴이유 봤더니… “교황이 와서…”
홍재철 회장 사퇴 입장문 살펴보니
과거 교황방문시 50만명 감소설
“한국교회 중 성한 대형교회 없고”
“재산증식은 범죄로도 생각 안 해”
학력 조작한 목사도 교회 안 떠나
1000억 비자금 조성한 목사 소문
한기총에 불만 품고 나간 ‘한교연’
교황방한 보도 보면서 사퇴 결심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이 교황 방한 등을 이유로 지난 12일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홍 회장이 발표한 사퇴 입장문에 따르면 ‘교황이 오면 개신교인이 줄어든다’는 일부 주장을 개신교계가 사실상 인정하고,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온다는 신문지상의 보도를 보면서 한국교회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교황 방한을 사퇴 이유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과거에 교황이 왔을 때 교인 50만 명이 떨어졌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자신의 사퇴로 개신교계에 충격요법을 줘서 자성을 촉구하고 교인 이탈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홍 회장은 또한 개신교 내의 많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그는 “한국의 대형교회 중 성한 교회가 어디 있느냐”면서 “전부 모순투성이, 문제투성이에 한 가지도 깨끗한 교회가 없을 정도다. 교권주의, 기득권 세력, 교회가 마치 큰 사업하는 사업체로 바뀌었다. 대한민국의 대형교회는 재벌의 총수가 되었다. 재산 증식은 아예 범죄행위라고 생각지도 않는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목사가 이력서, 학벌위조, 박사학위 위조,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그 교회를 떠나지 않고 성도들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텨 한국교회를 시끄럽게 하는 교회가 있다”면서 최근 논란이 된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를 향한 듯한 질타도 이어갔다.
이어 “소문에 의하면 1000억 원이라는 가공할 만한 숫자의 비자금을 조성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목사가 한국 땅에 있다는 현실 앞에 우리는 슬픔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대형교회들의 행패를 보면서 한국기독교 성도는 절망을 뛰어넘어 패닉 상태에 놓여 있다”면서 “모두가 예수 한 사람 때문에 교회를 나오려고 하지만, 지도자 한 사람을 보면 천리만리 교회를 떠나고 싶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기총에서 분열된 한교연에 대해서도 “더군다나 대한민국 기독교를 지도해야 될 한기총에서 불만을 품고 비대위를 만들어 뛰쳐나간 한교연이라는 단체도 있다”면서 “수없이 그 동안 좋은 말로 회유하고 여러 가지 말로 권면하며 한국교회를 살리는 일에 함께 가자고 외쳐보았지만 그들은 자기 갈 길을 가겠다고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홍재철 회장이 교황 방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의 사퇴 선언으로 교계에 충격을 주고자 했던 취지와 달리 홍 회장의 사퇴 발표에 대해 교계는 비교적 냉담한 반응이다. 또한 일부 교인들은 개신교인 감소는 교황 때문이 아니라, 목회자 비리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과거 통계에서도 교인 감소세가 나타나기는 했으나 교황 방한 때문에 교인이 감소했다고 입증할 만한 자료는 확인된 바 없다.
홍재철 회장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일명 ‘10당 5락 사건(10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5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으로 크게 이슈가 된 길자연 전 한기총 대표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길자연 목사의 뒤를 이어 18대, 19대 한기총 회장이 돼 적법성 논란이 있어왔다.
홍재철 회장의 사퇴 발표로 공석이 된 한기총의 대표회장 자리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사퇴 다음날인 13일 바로 대표회장 후보등록을 했으며, 경선구도는 없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다음달 2일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