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또 네덜란드출신 감독인가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베르트 핀마르베이크 전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이다. 지난주 네덜란드를 다녀온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핀마르베이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며 1주일 안으로 수락여부를 통보해올 것이라고 한다. 지난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참패를 당한 뒤 홍명보 감독의 사퇴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축구대표팀은 핀마르베이크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면 일단 새로운 체제의 틀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축구대표팀 감독의 결정과정을 보면서 축구대표팀 감독은 기술적이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축구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변화무쌍한 여론 등에 크게 좌우된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 결정을 하는 구조가 획일적이고 단선적인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환경에 좌우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네덜란드 감독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풍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한편 장기적인 비전과 청사진 없이 땜질식 인선에 급급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장담했다가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신 한국의 라이벌 일본이 멕시코 출신의 아기레 감독을 영입하고 이미 대표팀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핀마르베이크 감독이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으면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히딩크 감독 이후 5번째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가 된다. 히딩크 감독 이후 움베르트 코엘류(포르투갈) 감독 말고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드, 핌 베어벡 등이 모두 네덜란드 출신이다.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에 올랐던 네덜란드는 축구 강국으로 많은 우수 지도자를 배출해내며 세계 각국의 대표팀과 유명 프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들도 즐비하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지나치게 네덜란드 지도자에 연연하는 행태가 히딩크 감독 이후 마치 정당한 코스인 양 비치는 것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환경과 스타일 등 여러 차원에서 부합하는 후보자를 놓고 감독 인선을 해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히딩크 감독으로 한 번 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유만으로 네덜란드 출신만을 고집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감독 후보만 해도 네덜란드 말고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과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많은 노력을 갖고 찾아보면 얼마든지 역량 있는 지도자들이 많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다양한 정보매체를 통해 한국 축구에 적합한 지도자를 엄선해 영입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 축구는 넓고 지도자는 넘쳐난다는 사실을 깨쳤으면 싶다.
필자가 축구담당 기자시절인 1980년대 말 독일 출신의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을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사령탑으로 임명, 스파르타 훈련 위주의 한국인 지도자들의 훈련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었던 것 같은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던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한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일본 축구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기여한 크라머 감독은 한국 축구 선수들에게 감독 지시 위주의 수동적인 축구가 아닌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을 발휘하는 능동적인 축구 문화를 이식시켜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크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날로 다양성과 경쟁력을 더해가는 세계 축구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축구는 좀 더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히딩크 감독의 굴레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폭넓은 환경에서 전반적인 한국 축구 문화와 스타일을 변혁시킬 해외 축구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구행정도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인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스럽고 확장된 생각과 사고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