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남미 양대산맥, 36년 만에 동반 4강… 9회 대회 만에 남미대륙서 3팀 다시 한자리에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의 FIFA컵(우승 트로피)을 가지고 갈 주인공이 4개국으로 압축됐다.
브라질월드컵 8강 경기가 모두 끝나고 이제 4강전과 결승, 3·4위전만을 남겨두면서 막바지에 다다랐다.
4강에는 개최국 브라질, 함께 남미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아르헨티나, 유럽의 독일과 네덜란드가 올랐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나란히 4강에 올랐다. 당시에는 아르헨티나가 처음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대회였고, 준우승은 네덜란드, 브라질이 3위, 이탈리아가 4위를 했었다.
36년 만에 남미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만 독일로 바뀐 채 나머지 3팀이 다시 4강 한자리에서 만났다. 1978년 대회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2차 리그를 통해 2승 1무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득실차로 아르헨티나가 결승행에 올라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토너먼트가 생긴 이래 남미 2팀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만 한 차례 만난 뒤 그 이후 아직까지 마주친 적이 없다. 16강전에서 만난 두 팀은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을 제압하고 결승까지 갔으나 서독(독일)에 패해 준우승했다. 이번에 만약 유럽팀을 각각 제압하고 올라온다면 그야말로 남미 양대산맥이 결승무대에서는 최초로 우승컵을 두고 다투게 되는 최고의 명경기가 펼쳐지게 된다.
4강전은 인연 혹은 악연이 깊은 4팀이 만나게 됐다. 브라질과 독일은 2002년 결승에서 만난 후 12년 만에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독일은 4연속 4강에 오르는 동안 브라질과 이번이 2번째 마주친 것. 12년 전에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동시에 12년 만에 결승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브라질은 8강전에서 콜롬비아를 2-1로 잡고 올라오면서 희생이 컸다.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더 이상 이번 대회 나설 수 없게 된 데다 중앙수비수의 핵인 티아구 실바가 경고누적으로 4강전에 나오지 못한다. 공수에서 핵심 선수 2명을 독일전에 쓸 수 없게 돼 고전이 예상된다. 반면 독일은 큰 타격 없이 정예 멤버 그대로 브라질전에 내보낼 수가 있다.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는 사실 앙숙에 가깝다. 이미 36년 전 결승에서 만나 네덜란드는 연장 접전 끝에 1-3으로 지면서 두 대회 연속 준우승에 그쳐야만 했다. 1998년 8강에서 다시 만난 두 팀은 네덜란드가 아르헨티나를 종료 직전 터진 베르캄프의 ‘쓰리 터치 골’에 힘입어 2-1로 이기면서 복수에는 성공했지만, 4강에서 브라질에 승부차기 끝에 지면서 브라질에게도 연속해서 갚아야 할 빚이 남아 있다.
이에 맞서는 아르헨티나는 24년 만에 4강에 올랐고, 그만큼 4강에 목말라 있었다. 이번엔 아르헨티나가 네덜란드에 빚을 갚아야 할 차례가 된 것.
승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아르헨티나는 벨기에에 전반 8분 만에 넣은 곤살로 이과인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고, 네덜란드는 코스타리카에 득점 없이 연장전을 치른 뒤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어렵게 올랐다. 체력소모가 큰 네덜란드가 약간은 불리한 조건이다.
리오넬 메시와 이과인, 앙헬 디마리아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와 로빈 반 페르시, 아르엔 로벤, 베슬리 스네이더를 앞세운 네덜란드. 슈퍼스타들이 쟁쟁한 두 팀의 맞대결이 브라질-독일전보다도 더 뜨거울 전망이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16강전이 진행된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래 역대 가장 최고의 네임벨류 4강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번 브라질월드컵. 결승무대로 오를 두 팀은 또 어떻게 압축될지 궁금해진다. 유럽의 반란일지, 남미 양대산맥의 자존심 대결로 구성될지 결과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