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만나 위로한다

2014-07-01     정현경 기자

 

▲ 허영엽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청 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방한 일정 ‘간소’ 꼭 필요한 행사만… ‘소박’ 작은 차 타고
고령에 더운 날씨 우려도… “교황 건강 이상 없다” 일축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최근 잇따라 대외활동을 취소하며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프란치스코(78) 교황이 예정대로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라고 한국천주교회가 밝혔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지난달 30일 서울대교구청 별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정대로 8월 14~18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허영엽 신부는 교황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서 “이상 징후가 있으면 교황청에서 바로 메시지가 오겠지만 연락받은 게 전혀 없다”며 교황의 방한 일정에는 별 다른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교황이 고령인데다 한국 일정이 한여름 행사여서 염려가 되지만 한국 여행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허 신부는 말했다.

허 신부는 “교황의 한국 일정이 녹록치 않다. 교황의 건강이 좋아져서 한국 일정을 잘 소화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서는 평소 지향하는 것처럼 꼭 필요한 행사만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서울, 대전, 청주의 모든 전례는 교황의 스타일대로 간소화될 예정이다. 이동 때는 헬기를 이용한다.

◆최근 공식 행사 취소하며 건강 우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잇따라 대외 행사를 취소하며 우려를 샀다. 고령의 교황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왔다.

지난달 18일부터는 아침 미사와 주중 미사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7일에는 공식 행사가 예정된 로마 게멜리 병원 미사에 도착 예정 시간이 1시간 가까이 지난 후에야 성명을 내고 행사 취소 사실을 알렸다. 교황은 ‘가벼운 질환(indisposition)’을 이유로 들었으나 교황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됐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온 사실을 언급하며 “그렇게 많은 일을 하는데, 때때로 휴식을 취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면서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바티칸에서 열린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소 피곤해 보이지만 90여 분 동안 순조롭게 미사를 집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신도들에게 인사하고, 이라크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일정은 예정대로 치러진다는 계획이다.

허영엽 신부는 “교황의 건강 이상에 우려를 나타내는 분들이 있는데 한국 방문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사실 교황의 건강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고령인데다 여름에 행사가 진행돼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교황의 건강에 큰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 뉴시스)

◆세월호 참사 유족에도 위로 메시지

허 신부는 교황이 방한 마지막날인 8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날 미사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따로 대화 시간을 갖는 것은 아직 계획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신부는 “교황 방한이 결정된 직후 위안부 할머니들을 초청했으며, 할머니들 가운데는 천주교 신자도 꽤 된다. 교황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석 사실을 미리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8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초청한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을 별도로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그들을 위한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허 신부는 밝혔다.

또 북한 측 천주교 신자들도 초청한 상태로 현재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꼭 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시 가장 작은 국산차를 이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

허 신부는 “교통수단은 교황청의 요구로 경호를 맡은 정부와 협의해 정한다. 바티칸에서 차량을 가져오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비용 문제와 특별히 국산차를 요구한 교황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다만, 경호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신부는 “교황은 소박하고 검소한 행사를 지향하는 대신 강론을 비롯한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교황께서 한국이 아시아 선교의 문이 되길 바라기 때문에 방문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 일정도 확정

잡음이 있었던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 일정도 확정됐다. 천주교 청주교구는 교황이 8월 16일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다고 30일 밝혔다.

청주교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검색대 25대를 설치, 행사 참석자와 일반 신자를 구별해 입장시킬 예정이다. 이후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교황님을 기다리며’라는 주제의 동영상을 상영하고 오후 4시부터 30분간 교황을 위한 묵주기도를 한다.

교황은 이곳에서 장애인과의 만남을 갖고 생명을 위한 기도를 한다. 이어 한국 천주교 수도자들과의 만남,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가진 뒤 꽃동네를 떠날 계획이다.

한편 정부와 천주교는 내외신 언론의 교황방한 취재 지원을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메인 프레스센터를 마련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