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홍명보 감독의 ‘의리축구’가 결국 16강 발목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대한민국이 벨기에의 벽을 넘지 못하며 0-1 패배를 당해 H조 최하위로 브라질월드컵을 마감했다. 한국이 조별리그 최하위로 마친 것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이다.
대한민국은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부터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대한민국-벨기에 경기에서 후반 33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선제골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주변의 비판과 비난을 의식해 박주영 대신 김신욱을, 정성룡 대신 골키퍼 김승규를 선발로 내보내 1, 2차전과 다른 선발 변화를 줬다.
경기를 본 축구팬들은 대부분 느꼈겠지만, 진작 알제리전에 이 같은 선발라인으로 대결했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김신욱과 김승규의 몸놀림은 좋았다.
196㎝의 장신인 김신욱은 높은 키의 장점을 살려 대부분의 공중볼을 따내며 벨기에 수비진을 어지럽혔고, 골키퍼 김승규는 빠른 판단과 민첩함으로 벨기에의 세트피스 공격을 잘 저지해 실점을 막았다.
2차전 알제리전을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두 번째 골을 내준 것도 코너킥에서 정성룡이 판단 미스로 골문을 비워놓고 나왔다가 쳐내지 못해 실점을 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김승규는 이날 세트피스 상황에서 여러 번 벨기에의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냈다.
박주영은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부터 본선 러시아전까지 슈팅이 고작 3개에 불과했다. 더구나 박주영이 공을 갖고 있는 시간도 적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스트라이커가 적극적인 공격을 펼쳐야 했는데,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거의 출장하지 못한 탓인지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홍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을 알제리전에 또다시 투입하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러시아전은 평가전의 부진은 잊어버리고 한 번 믿음으로 투입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런 박주영을 알제리전에 또다시 선발로 투입한 의리축구가 알제리전 2-4라는 참패를 가져오고 말았다.
뒤늦게 박주영을 빼고 김신욱을 넣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정성룡 골키퍼 역시 친선전부터 많은 골을 내줘 불안했다. 특히 이청용의 몸놀림도 사실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돌파하다가 막히는 게 일쑤였다. 이미 러시아전 때도 이청용의 컨디션은 좋지 않아 보였고, 알제리전에 그대로 나왔지만 역시 공격에 아쉬움을 남기는 플레이를 수차례 했다. 벨기에전에서도 측면 이청용의 플레이는 한숨이 나오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감독이 선수를 무엇보다 신뢰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 맞다. 그러나 지나친 의리는 다른 선수에겐 경쟁조차 해볼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아무리 머릿속에 베스트 11을 정해놓았다 할지라도 선수들의 몸 상태에 따라 컨디션을 보고 상대 전술에 맞게 적절하게 변화를 주며 경기를 펼쳤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우리는 아쉬움과 탄식 대신 16강 진출의 승리 함성에 기쁨을 누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홍명보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