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등 끄기’ 세계자연기금 서울본부 본격 활동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하절기 전력 수급기간이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은 15일 전국의 모든 전력이 한꺼번에 끊기는 이른바 ‘블랙아웃’ 위기가 닥쳤다. 늦은 무더위로 전기수요가 급증하면서 예비전력이 안정 유지 수준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 예비전력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력거래소는 즉각 지역별 순환단전에 들어갔다. 당시 이러한 조치로 더 큰 사고를 막긴 했으나 통보 없이 순환단전이 이루어져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2011년에 발생한 ‘9.15 전력대란’으로, 매년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이면 빠짐없이 언급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는 이 같은 전력대란을 막고 국민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구촌 1시간 전등 끄기(어스 아워)’ 행사다.
지난 29일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150여 개국, 7천여 도시가 ‘지구촌 전등 끄기’에 참여한 가운데 하루 전날인 28일에는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세계자연기금(WWF)의 한국본부가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자연기금은 한국본부를 통해 아시아 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환경 관련 우수사업 해외 전파
세계자연기금은 전 세계에 80여 개 사무소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비영리 환경 관련 기구다. 이 기구는 1961년 스위스에서 설립돼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00여 개국에서 500만 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1만 3000여 개 환경사업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앞서 말한 ‘지구촌 전등 끄기’, 갈라파고스섬 연구기지 설립, 18개국 정부 간 습지보호 협약,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국제 공조 등이 있다.
세계자연기금은 한국본부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모은 26억 원가량을 5년간 연차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또 기존 공동 협력사업인 ‘지구촌 전등 끄기 행사’를 확대 실시하고 에코마일리지 제도 등을 세계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본부나 지부에 환경 관련 직원을 파견, 우수 정책이나 사업을 시 환경 관련 업무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시 담당자는 “세계자연기금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국제적인 환경 관련 NGO”라며 “서울시민을 포함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환경 관련 활동에 더 친숙해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관련 국제회의 유치 기대
서울시는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유치로 2015년 TED-WWF 국제회의, 2016년 연례총회 등 환경 관련 국제회의 유치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례총회는 세계자연기금의 가장 큰 연례행사로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등 전 세계에 있는 200명 이상의 인사들이 세계 환경보호에 대해 토론하는 국제회의다. 이 밖에도 국내 기업들의 친환경 국제 이미지 제고로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자연기금은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국제적으로 인증된 친환경 인증서를 기업에게 부여하고 있다. 캐논, 이케아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도 세계자연기금과 협력관계를 맺고 친환경 인증활동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