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판사 사표… ‘황제구형’한 검찰 책임은?

2014-03-30     장수경 기자
▲ 2일 사표를 제출한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오른쪽 첫번째) (사진출처: 연합뉴스)

일당 5억 원 노역보다 가벼운 선고유예 구형에 ‘비난’
장 법원장 “법관, 직원 겪는 고충 고려해 사표제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일당 5억 원짜리 ‘황제 노역’ 판결을 내린 장병우(60) 광주지법원장이 29일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황제 구형’을 한 검찰 측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해 1000억 원대 벌금형을 선고유예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배경에 대해 책임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기각되긴 했지만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검찰은 2008년 9월 허 전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000억 원의 선고유예를 구형해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1심에서 일당 2억 5000만 원 노역, 항소심에서 일당 5억 원 노역으로 실질적인 형량이 감경됐지만 검찰은 애초 1심 선고유예 구형에 발목 잡힌 듯 항소와 상고를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1심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의 출신지가 전남 순천이라는 이유로 ‘향검(鄕檢)’을 운운하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시 광주지검 수뇌부의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다. 허 전 회장 사건의 지휘계통에는 황희철 광주지검장, 한명관 차장, 이성윤 특수부장이 있었다. 황 전 지검장은 법무부 차관으로 퇴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1000억 원 벌금 선고유예 구형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질의를 받고 “불법 행위가 있었더라도 기업이 도구가 아닌 이상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경영난, 피고용인의 사정 등을 고려해 선고유예를 구형했다”고 해명했다.

한 전 차장검사는 지난해 서울 동부지검장 직무대리로 사임했으며, 이 전 부장검사는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으로 재직 중이다.

앞서 허 전 회장에게 ‘황제 노역’ 판결을 내렸던 장 법원장은 29일 사표를 제출했다. 취임 45일 만에 사퇴를 결정한 것이다.

이날 장 법원장은 공보관에 입장글을 보내 사표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글에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했지만 모든 것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현 상황에서는 더는 사법행정도, 법관직도 수행하기 어렵다”며 “법관과 직원들이 겪는 고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