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김연아 경기, 언제까지 성적 지상주의로만 봐야 하는가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때마침 인터넷과 SNS 페이스북에 뜬 ‘김연아 경기해설, 한국과 서양의 차이’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우리 언론이 너무 지나치게 성적 지상주의의 보도를 하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이 글에 따르면 김연아의 경기를 놓고 한국과 서양의 언론 보도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우승한 직후 처음으로 인터넷에 오른 이 글은 한국과 서양의 정서적인 관점의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냈다. 한국 언론은 김연아의 경기를 성적 위주로만 접근했던 데 반해 서양 언론은 예술적인 측면에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한국: “저 기술은 가산점을 받게 되어 있어요.”
서양: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는 나비의 날개짓이 느껴지네요.”
한국: “코너에서 착지자세가 불안정하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서양: “은반 위를 쓰다듬으면서 코너로 날아오릅니다. 실크가 하늘거리며 잔무늬를 경기장에 흩뿌리네요.”
한국: “저런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서양: “제가 잘못봤나요? 저 점프! 투명한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천사입니까? 오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경기장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네요.”
한국: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금메달이네요. 금메달! 금메달!”
서양: “울어도 되나요? 정말이지 눈물이 나네요. 저는 오늘 밤을 언제고 기억할 것입니다. 이 경기장에서 유나의 아름다운 몸짓을 바라본 저는 행운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출처가 다소 불분명한 것이지만 한국과 서양 언론 간에 김연아 경기해설을 놓고 비교한 내용에서 얼마나 큰 인식의 차이가 있었는가를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한국의 중계는 점수와 성적, 상대 선수와의 비교 등에 치중했던 데 반해 서양의 중계는 경기 자체를 즐기며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모습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었다.
언론 보도는 시대적 정서를 반영해준다. 해방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며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나라의 내부적 경쟁적 분위기가 스포츠에도 그대로 반영돼 메달 획득을 최우선적 가치로 삼는 승리지상주의가 만연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전근대적 가치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 스포츠를 다르게 봐야 한다. 스포츠를 스포츠 자체로 즐길 줄 알고, 예술적인 가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갖춰져야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민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