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와 파장

2013-09-15     천지일보

이병익 정치평론가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표명하고 검찰청을 떠났다. 사표가 수리될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는 사퇴회견에서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 서서 법률을 적용해왔고 법과 원칙에 입각해서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 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황교안 법무장관의 감찰지시가 결정적이었다고 보인다. 감찰을 결정한 지 1시간 만에 사퇴를 밝혔다고 하니까 감찰지시가 분명한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에서 특종으로 보도한 혼외아들을 두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채 총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혼외아들의 문제가 사실이 아닌데 왜 채동욱 총장은 사퇴를 결심했는지 의문이다. 법무장관의 감찰지시가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빠서 사퇴를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감찰의 목적이 혼외자식의 존재를 밝히려는 과정이었는데 감찰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조선일보는 추적보도를 통해서 진실에 근접한 보도를 하고 있었다. 조선일보의 취재의 정확성은 자식을 낳은 당사자인 임모 여인이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각각 보낸 편지의 내용으로 확인되었다. 편지의 내용으로 보면 조선일보의 기사내용이 정확히 맞다. 다만 임 여인은 혼외자녀인 채 군의 아버지가 채동욱 총장은 아니라는 것을 막연히 강조하고 있었다.

법무장관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감찰을 실시한다는 확실한 대응을 했다. 의혹이 사실이면 채 총장은 도덕성이 결여된 검찰의 수장이 되는 것이고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면 채동욱 총장은 검찰의 수장으로 그동안의 행적으로 인정받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채동욱 총장은 옷을 벗는 퍼포먼스를 하고 검찰을 떠났다.

이에 대한 여파로 14일에는 김윤상 대검찰청 감찰1과장이 동반 사퇴를 했다. 그는 사퇴의 변으로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 낫겠다’라는 비장한 결의를 한다. 또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 속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라고 하면서 애국열사와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 과장은 검찰이 국민의 공복임을 잊고 개인의 사복이 되고 싶은가보다. 채 총장은 독립운동을 하던 열사로 산화하는 것이 아니고 혼외자식을 둔 부도덕한 아버지라는 의혹을 받고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어 있었다. 무엇이 전도양양한 젊은 검사를 분노하게 하였는지 모르겠다. 이 나라는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투사만으로 지켜온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국군용사와 유엔군이 피 흘려 지켰고 위대한 지도자와 영민한 모든 국민들이 지켜온 나라이다.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의 편향된 역사관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또 서울 서부지검의 평검사들은 13일 밤늦게까지 내부 회의를 열고 “일부 언론의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 진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것은 이제 막 조직의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채 총장의 사퇴를 만류했다고 한다.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을 덮어두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만 집착하는 행위는 온당치 못하다. 채동욱 총장의 사퇴 배경은 혼외자식을 두었다는 의혹에 대해서 해명하지 못하고 검찰을 결과적으로 욕되게 만든 채동욱 총장의 책임으로 본다. 이번 사태의 팩트는 채동욱 총장의 개인사에 대한 진위여부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루지 말고 의혹에 대한 확실한 증명을 하면 될 것이다.

결과에 따라 채동욱 총장이 다시 복귀를 하든지 아니면 사퇴를 해야 하는지 빨리 결말을 내야 한다. 이런 저런 뒷말이 나오지 않게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검찰조직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결과가 나와야 할 사안이다. 당사자들은 친자확인검사에 응하는 것이 사태를 종결지을 수 있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