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신학자 상대 ‘10억’ 법적소송

신학자들 대책위 구성 맞대응… 다락방 이단해제 거듭 요구

2013-09-10     박준성 기자

▲ 한기총 임원회의. (사진출처: 한기총 홈페이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다락방(현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의 이단해제 취소를 요구한 신학자들과 신학회 등을 상대로 10억 민사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신학대학 교수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맞대응하는 한편 한기총에 다락방 이단해제를 즉각 취소할 것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한기총은 지난 2011년 9월 한국 교회 주요 교단들이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 측을 회원교단으로 인정한 데 이어 올해 1월 3일 다락방에 대해 이단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일장신대, 호남신대, 합신대, 고신대 등 전국 25개 신학대학 교수 172명과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한국기독교학회 등 6개 신학회는 지난 7월 성명을 내고 “한기총은 다락방 이단해제 발표를 즉각 취소하고, 한국교회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해 논란이 확산됐다.

급기야 한기총은 자신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시켰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8월 1일 172명의 교수와 이들이 소속한 25개 신학대학교 재단, 6개 신학회 등을 대상으로 10억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나 개신교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신학대학 교수들은 즉각 ‘한기총소송대책위원회’를 구성, 지난 7일 신반포중앙교회에서 ‘신학교수 172명이 한국교회에게 드리는 호소’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한기총의 이단해제는 한국신학계뿐 아니라 일반 목회자들과 신도 모두에게 전에 없는 혼란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기총은 이와 같은 신학교수들과 신학회의 의견서를 무시하고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학회와 172인 교수들이 소속된 학교법인까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앞으로 신학교수들이 이단해지 활동에 관한 어떤 비판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법인을 상대로 소송한 것에 대해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교수들의 입지를 약화시켜 이탈 세력을 만들어 성명서를 무력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학교수들은 “이번 한기총의 소송 제기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법정 소송에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며 “한국교회를 지키는 일에 계속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