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국정조사 “정치 공방에 민생만 외면”
당략에만 신경… 국민이 원하는 성과 못내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성과 없는 국정조사였다.”
23일로 지난 53일간의 여정을 마치는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에 대해 이 같은 총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일 시작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파행과 재개를 거듭했다. 치열했던 공방과는 달리 이렇다 할 만한 결과물은 없었다. 새누리당엔 물타기 행태를 일삼았다는 비판이, 민주당엔 무기력함을 노출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인 정성호 교수는 “자당의 당략에만 신경 쓰다 보니 결국 국민이 원하는 바는 하나도 얻지 못한 결과가 됐다”고 혹평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국정조사에 따른 공방으로 민생만 외면당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국정조사에서 댓글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밝혀내지 못하면서 여야 공방으로 민생이 외면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이번 국정조사의 특징으로 ▲대선 후유증이 지속됐던 과거 전례의 되풀이 ▲국민 여론과 배치되는 정쟁 논란의 지속 ▲여야 공방에 따른 민생 외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검증 프로세스의 부재 ▲박근혜 대통령의 조정자 역할 실패 등을 꼽았다. 그는 “국정조사를 하더라도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고 국민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며 “대선 과정에 변수로 작용한 것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득실 계산에선 여당이 우세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은 “국정조사의 주체는 현실적으로 야당이기 때문에 성과가 미약했다면 야당의 실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 역시 “6대 4 정도로 여당이 앞섰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패인에 대해 배 본부장은 전략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야권에 좀더 전략적인 이슈 파이팅이 필요했다”며 “국정조사를 치밀하게 준비해서 대선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일정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주춧돌을 세웠어야 했는데, 그런 역할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증인 카드도 패착 중 하나라는 평가다. 배 본부장은 “전술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틀린 것”이라며 “현실 가능성이 없는 것을 전술적으로 강경하게 밀어붙인 꼴밖에는 안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김․세 증인 요구는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과는 비껴가는 것”이라며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했다.
국정조사 기간 방어전을 폈던 새누리당도 후한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김 원장은 “상대적으로 여당에 도움이 된 것도 없다”며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 중심세력으로서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정당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