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워런 버핏’이 말한 종이신문의 가치

2013-08-08     천지일보

지난 7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의 매각으로 지구촌이 떠들썩했다. 136년 역사를 지닌 미국의 대표 언론 워싱턴포스트의 매각은 종이신문이 사양 산업임을 입증한 동시에 그를 매입한 사주가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귀재로 불리는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조스(41)라는 점에서 ‘종이신문의 희망적 미래’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베조스는 신문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인터넷이 뉴스 산업의 거의 모든 요소를 바꿔 지도가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고안과 실험이 필요하다”고 전해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들어가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번 워싱턴포스트의 인수 배후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있었다. 버핏은 워싱턴포스트의 지분 23%를 보유한 주주이기도 하다.

두 투자 귀재는 왜 사양길에 접어든 종이신문을 선택했을까? 전문가들은 새 주인을 만난 워싱턴포스트가 뉴욕타임즈처럼 기사 유료화를 통해 흑자전환을 모색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활성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30년간 워싱턴포스트의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킨 버핏의 말을 빌리면, 종이신문은 영원히 종이신문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듯싶다. 그는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 주주들에게 “인터넷과 TV가 아무리 발달해도 신문의 콘텐츠 전달력과 깊이를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가 지난 2011년부터 29개의 지방지를 사들인 것만 봐도 그의 말은 그저 주주들을 격려하는 정도의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버핏은 어려서 신문배달원으로 일하면서 미래를 꿈꿨다. 종이신문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그는 지난 30년간 워싱턴포스트에 1100만 달러를 투자해 이번 매각으로 약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한화 1조 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의 놀라운 투자 감각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된다. 아울러 종이신문의 미래 가치를 설명한 그의 말이 종이신문 활성화라는 결과물로 곧 입증되길 바란다.

순식간에 흘러가는 영상물과 달리 활자로 기록된 신문은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또 하나의 기록문화 유산이다. 시대를 보여주는 기록물로 신문만한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나, 최초의 민간 신문 독립신문은 국민의 의식을 개화하고 계몽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생각을 깨우는 것’을 당시 발행인들은 사명으로 여겼다. 오늘날도 진실을 전하며 깨어있는 신문은 시대를 넘어 ‘살아남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한국형 언론정책은 국내 현실에서 자유민주주의 언론이념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시장다양성을 구현하는 본래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책입안자들이 달콤한 목소리를 내는 신문이 아닌 깨어있는 신문을 발굴해 지원한다면 버핏의 말처럼 종이신문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