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몰사고 합동영결식] “살기 위해 발버둥 쳤는데”… 슬픔과 분노로 눈물바다

2013-07-21     장수경 기자
▲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희생자 합동영결식 (사진출처: 연합뉴스)

21일, 희생자 7명 영결식
인재에 유족들 분노와 원망
서울시와 유족 보상합의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배수지 수몰사고 유족들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21일 오전 10시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노량진 희생자들의 합동영결식이 가족장으로 열렸다. 김철덕(52), 임경섭(44) 이명규(60) 박명춘(48), 이승철(54), 박웅길(55), 조호용(60) 씨 등 희생자 7명이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와 공사업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영결식은 조사와 추도사 등의 절차는 생략하고 헌화와 분향만 진행됐다. 상주와 유가족, 박 시장과 시 공무원, 시공사 대표, 일반 시민 순으로 헌화했다.

유족들은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며 참았던 감정에 눈물을 터뜨렸다. 유족뿐 아니라 영결식장을 찾은 시민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유족들을 위로하며 눈물을 쏟았다. 고 김덕철 씨의 아들 성윤 씨는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다 흐르는 눈물에 고개를 돌렸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 7명의 운구가 차례로 장례식장을 나와 운구 차량에 실렸다. 유족들은 운구를 뒤따라가며 고인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남편을 떠나보내는 한 여성은 가슴을 치며 통곡하다 이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유족들은 오전 10시 45분께 차량에 탑승, 고대구로병원에서 경찰차량의 선도로 벽제승화원으로 향했다. 유족들은 시신 화장 절차가 마무리된 후 각각 추모공원·선산·절 등 장지로 이동했다.

한편 ‘노량진 수몰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유족들의 슬픔과 원망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박명춘 씨의 동생 광춘 씨는 “셋째 형은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다”며 “한국에서 돈을 벌어 잘살아 보려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80세가 되신 어머니도 가슴을 애태우며 매일 밤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명규 씨의 여동생인 이 씨는 사고 당시 오빠가 느꼈을 고통을 생각하며 비통해 했다.

이 씨는 “방송에서 사고가 난 현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봤는데 너무 섬뜩했다”며 “어두운 곳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오빠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눈물이 날 정도”라고 말하며 아픈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어 “늘 웃어주고 가족을 보살펴주던 오빠인데… 오빠를 떠나보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9일 희생자 유가족, 시공사와 함께 4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위로금 등 보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상 규모는 유족 측의 의견에 따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는 22일부터 임시회를 열고 박 시장과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 등을 불러 긴급 현안 질문을 할 예정이다.